진보와 빈곤 - 개정판
헨리 죠지 지음, 김윤상 옮김 / 비봉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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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동네아이들과 하던 놀이 중에 땅따먹기란 게 있었다.

더 많은 땅을 차지한 쪽이 이기는 놀이다.

나와 비슷하거나 윗세대 중엔 알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아마 알지도 해보지도 못하겠지만.

지금은 집 앞 골목에서 맨땅을 보기 힘들지만

그 땐 손에 흙 묻혀가며 놀 수 있는 땅이 꽤 있었다.

 

이 책은 땅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어릴 때 하던 그 놀이가 생각났다.

왜 하필 땅따먹기 놀이를 하며 놀았을까?

철부지 동네꼬맹이들이 즉석에서 그 놀이를 생각해낸 건 아닐거고

더 나이 많은 누군가 가르쳐줬을 텐데.

땅을 갖고 싶은 심리가 놀이에도 반영된 걸까?

이때부터 땅에 대한 애착이 무의식적으로 심어진 걸까?

아이들이 자라, 더 많은 땅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감각과 본능을 길러주기 위한 어른들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걸까?

별생각을 다 하고 앉았다. 내 어릴 적 순수한 동심의 추억을 

오염시키진 말기로 하자.

 

이명박정권 시절, 한 공직후보자가 땅투기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의혹에 대해 집중추궁을 받자 후보자는

단지,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 답했다.

만약, 헨리 조지가 살아 후보자 답변을 들었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땅을 사랑한 게 아니라, 땅이 주는 불로소득을 사랑한 거겠지.”

이 아줌마도 혹시 어릴 때 땅따먹기 하고 놀았나?

 

헨리 조지가 살던 시대는 산업혁명 후 생산력이 이전보다 월등히 높아져가는

때였다. 그러나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진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이 발생했다.

생산에 필요한 노동이라곤 하지도 않는 소수부유층은

더 호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다수민중들은 

생존최저임금만 받는 궁핍한 삶을 계속 살아야만 했다

이유가 뭘까?

헨리 조지는 이런 불평등의 근본원인을 땅에서 찾는다.

바로 땅이 주는 불로소득에서.

 

지구라는 별에 사람이 살기 전부터 땅이 먼저 있었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이 땅이, 언제부턴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기 시작했다.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건 모두의 것이라는 말도 된다.

공유재였던 땅이 사유재가 되면서 모든 불평등의 싹이 트기 시작한다

땅을 더 차지하기 위해선 온갖 불의와 부정도 불사한다.

 

헨리 조지는 이 책에서, 토지사유제는 정의롭지 않다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자연은 상속무제한 토지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토지의 배타적 소유를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의 모든 인류가 합의해, 토지에 대한 자기들의 평등한 권리를 포기한다해도

후세대의 권리까지 포기할 순 없다.

인간은 지구에 임시로 세 들어 사는 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후세대가 세 들어 살 권리를 우리가 대신 결정하다니,

도대체 우리가 지구를 만들기라도 했단 말인가?

 

현실에서 부의 총량이 증가하는 물질적 진보가 나날이 이루어지는데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진정한 이유는,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비싼 지대를 차지하는 걸 합법화한

토지사유제 때문이다. 빈곤을 타파하려면 토지사유제를 없애야한다.

그러나 이미 토지사유제가 관습화된 나라에서는

토지를 공유화할 필요까지는 없고, 단지 해마다 정부가 지대를 환수해

사회가 공유하면 된다. 지대조세제 개혁은 생산을 증대할 뿐만 아니라

분배정의도 제고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계층에 이익이 되며 

더 높고 고상한 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다.

 

오늘날 들어도 파격적인 주장이다.

하물며, 19세기에 헨리 조지의 이런 주장을 들었을 지주와 지배층에겐

청천날벼락 같은 소리였을 거다. 입에 거품 물고 뒷골 땡겨,

경기 일으키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들에겐 굉장히 위험한 사상이고 가만 내버려둬선 안 될 놈이었을 거다.

그 바람에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지만.

하지만 헨리 조지의 사상은 많은 사상가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고

오늘날까지도 경제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헨리 조지의 사상에 공감하고 전파하고자

죽을 때까지 노력했다. 자신의 소설 <부활>에서 주인공 네플류도프를 통해

지대공유제를 설파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그렸다.

아인슈타인과 헬렌 켈러도 헨리 조지에게 지지와 경의를 표했다.

 

땅과 물과 공기는 인간이 만든 게 아니다. 하늘이 준 선물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누구든, 이 자연이라는 선물을

평등하게 향유할 권리가 있다.

설사 황무지를 먼저 개간해 비옥한 땅으로 만들었다 해도,

자자손손 그 땅 소유권까지 보장해선 안 된다는 거다.

땅 그 자체는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게 아니고, 그 사회구성원 모두의 것이며

미래세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노력으로 이룩한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한 결실은 본인이 소유한다.

하지만 그 땅을 계속 이용하려면, 그에 합당한 지대를 냄으로써

사회공동체를 위한 환원을 해야 마땅하다.

 

토지를 먼저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부를

지주 혼자 독차지하는 건 부당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예를 들어보면,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중 하나인 강남은

원래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곳의 개발정책을 확정하고 국가차원의 엄청난 세금을 투입한다.

도로와 전기, 수도, 학교와 공공기관 같은 인프라가 갖춰졌다.

사람이 살기 편리한 곳이 된 거다. 이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람들이 모이면 각종 상업이 번창하게 되고 경제의 중심지가 된다.

당연히 토지가치도 대폭 상승한다.

이렇게 상승한 가치가 땅주인의 노력으로 발생한 것인가?

헨리 조지의 관점에서 보면, 토지가치가 상승하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건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사람들과 국민세금을 투입한 결과다.

사회구성원들이 기여한 덕분이다. 그런데 단지 땅주인이라서 합당한 몫 이상의

부를 가져가는 것은 불로소득이라는 거다.

바로 이 불로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빈부의 격차가 계속 커지고,

이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지대공유제를 통해 이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진보의 혜택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곧 분배정의다.

 

헨리 조지는 19세기에 살던 사람이다. 모든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을 

토지소유권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서 찾았다.

21세기는 토지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또한 

심각한 지경이 됐다

부동산과 자본은 세습되고 부의 대물림은 학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기회는 평등하지 못하고 경쟁의 과정은 공정하지 못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돼가고 있다

이런 사회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미워하며 갈등을 유발한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헨리 조지의 사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건

그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했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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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현대미술사 - 천재 예술가들의 크리에이티브 경쟁
윌 곰퍼츠 지음, 김세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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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고른 미술책.

책을 펼치자 먼저 눈길을 끄는 게 있다. 웬 지하철노선도.

런던 지하철노선도를 활용해 현대미술이 지나온 길을 그려놓았다.

인상주의역에서 출발해 지금의 미술역까지.

현대미술이란 열차에 올라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여기가 어디쯤인지 가끔 노선도를 확인해보는 거도 좋을 듯싶다.

 

왜 현대 미술가는 우릴 당혹스럽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하는 걸까?

 

어릴 때 본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

친구들과 놀다가도 이 거 나올 시간이면, 헐레벌떡 뛰어가 TV를 켰다.

내가 이 만화영화에 빠졌던 이유는 아마도...

네로가 그림대회에서 상을 받을 수 있을지,

또 이쁘고 착한 아로아와 네로를 보는 즐거움.

어린 눈에 비친, 뭐랄까

그 또래끼리 살짝 썸타는 느낌이 괜히 좋았다는.

난 네로에게 감정이입을 한 채, 맘속으로 네로를 응원했던 기억이.

그런 내 바램에도, 끝내...... 슬펐다.

 

공모전 당선이란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버린, 어느 추운 겨울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네로는

차가운 성당바닥에서 숨을 거둔다. 파트라슈와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린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림.

바로 플랑드르의 거장 루벤스가 그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땐 무심코 지나쳤던 이 그림이

루벤스 작품이란 걸 이십대가 돼서야 알았다.

또 플란다스가 플랑드르란 것도.

풍차하면 네덜란드가 떠오르지만, 이야기 배경이 된 곳은 플랑드르,

지금 벨기에쯤 되는 지방이란 거.

루벤스 그림도 벨기에 안트워프 대성당에 걸려있었단 걸.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림이 뭐라고 죽어가면서까지.

온갖 볼거리가 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시대를 사는 우리.

웬만한 시각적 자극에도 무뎌져가는.

하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이미지라곤 회화나 건축, 조각 외엔 많지 않았던,

옛날 사람들에겐 이미지를 대하는 느낌의 강도가 달랐을 듯.

우리가 영화관에서 돈내고 영화보는 거처럼,

그 시대 사람들도 그림을 보려면 돈을 내야했다고.

관람료를 낼 수 없던 네로같은 가난한 사람들은,

평소엔 커튼에 가려져있는 이 거장들 그림이 얼마나 보고 싶었을지.

 

옛날 서양미술의 주제와 소재는 주로 기독교와 그리스신화.

종교는 미술가들을 적극 후원했다.

교회는 미술가가, 미술가는 후원이 필요했으니까.

말하자면,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 같은.

다수가 글을 읽지 못했던 시대에,

성서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신부님이 설교할 때 정도.

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랬다고, 보는 것만 할까.

성서는 미술가들에게 작품의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

<최후의 만찬>,<천지창조>,<최후의 심판>같은 이 그림 앞에서

대중들이 받았을 감동과 두려움이 어땠을지.

우리가 3D영화관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볼 때보다 더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사진기를 발명하고부터 사정은 달라진다.

더 빠르고 싼 가격에, 대상을 포착해서 보여주는 사진덕분에

이제 대중들도 내 사진, 우리 가족사진 한 장 가질 수 있게 된 것.

앞으로 대중들이 점점 더 많은 이미지에 노출될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전까진, “나 화가요하려면,

대상을 정확히 재현해내는 능력을 갖춰야했다.

그래야 돈 있고 높은 사람들 초상화도 그려주고,

대중들에게 성서 속 장면들이 실제 눈앞에 펼쳐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그동안 화가 자격인증 능력이나 마찬가지였던 게,

카메라로 슬슬 넘어가기 시작하니, 화가들도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을 듯.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랄까, 화가로서.

물론 현대미술로 넘어오는 과정이 단지, 카메라 때문이라 할 순 없지만.

 

미술가들이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끔,

그 시대 모든 환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사람들 관심이 신에서 인간과 자연으로 옮겨가는 조짐은

이미 르네상스시대부터 싹트고 있었으니까.

이제 미술작품에서 종교와 신화 이야기 같은 서사 없이도,

뭐든지 작품 주제와 소재로 가능해진다.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현대 미술가들은, 오랫동안 해왔던 내용과 형식을 벗어나,

관람객에게 익숙함보다 낯설음을, 아름다움보다 충격을 주는,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게 된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왠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현대미술이란 열차에 올라,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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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의료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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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하면 먼저 떠오르는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그리고 그와 함께 쿠바혁명을 이끈 카스트로.

지난 50년간 계속된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에도 버텨낸,

가난한 공산주의 나라. 그런 쿠바가 의료천국이라니.

복지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세계최강 미국도 아니고,

쿠바가 어떻게?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미국감독 마이클 무어가 만든 작품 <식코>.

식코는 세계최고 부자나라 미국의 처참한 의료제도 현실을 까발린다.

 

미국 의료보험제도 역시, 국민의료보험과 민간의료보험 두 가지.

하지만 우리처럼, 누구나 국민건강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하는 게 아니다.

아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할까.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격인메디케이드메디케어에 가입하려면

가난하거나 장애인, 노인이라야 한다고.

그럼 나머진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냐, 여기에도 조건이.

꽤 괜찮은 직장에 다니거나 돈이 많거나.

엄청 비싼 민간보험료를 지원해줄 직장정도는 다녀주시던지,

개인이 다 부담할 수 있을 만큼 재력이라도 있어주시던지.

이도저도 안 되는 사람들이 무려, 울나라 인구에 육박하는 44백만.

 

식코에선, 의료보험이 없어 절박한 사람들을 보여준다.

사고로 손가락 두 개가 잘린 남자.

의사가 이 환자에게, “손가락 하나 봉합시술에 4천만원인데, 어떡할래?”

둘 다하면 이게 도대체 얼마야.

자기 형편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비용에,

자신이 직접 바늘로 꿰매는, 소름 돋는 끔찍한 장면.

암처럼 큰 병에 걸린 환자에겐, 어마어마한 병원비와 약값.

암으로 절망에 빠진 여자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국경을 넘어 찾아가는 곳, 바로 쿠바.

적국이나 다름없는 이 미국 환자를 무료로 정성껏 치료해준다.

내 조국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못 받아본 인간적인 대우를

가난한 나라 쿠바에서 받게 된 여자는, 고마워하고 또 고마워한다.

다시 삶의 희망을 안겨준, 내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나라니까.

 

미국 의료제도 아래에선, 맹장수술 하는데 3천만원 넘게 들고

산모가 진통이 와, 앰블런스 함 불렀더니 수백만원

병원에서 출산하는데 수천만원 넘게 나오면

이거 어디 부담스러워 애 낳겠냐고, 애가 나오다가도 미안해 들어가겠다는.

미국 보통여자들이 신랑감 고를 때, 직장의료보험 되는 남잔지도 본다나.

내 살면서 미국 애들한테 짠한 맘이 들기도 첨이라는, 우째 이런 일이.

 

미국 의료제도가 왜 이지경까지 됐냐.

원인은 의료민영화.

세계최고 부자나라 미국이라는 위상에 비해,

쪽팔릴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의료제도를 수술대에 올리려고

벌써 20년도 전에 클린턴이 시도했지만 끝내 좌절.

뒤를 이어 오바마도 우여곡절 끝에 의료법 개정안은 통과시켰지만

핵심은 못 건드린, 사실상 무늬만 의료개정안.

 

왜냐구?

거대자본이 거느린 보험사, 병원, 제약회사의 강력한 저항과 로비.

그리고 여기에 굴복한 썩어빠진 미국 정치인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유권자들 땜에.

자본권력 앞에 정치가 무릎 꿇었다고나 할까.

누군가의 불행을 이용하고 겁박하는 공포마케팅으로 돈을 버는

거대자본한텐 의료민영화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참 착한 제도.

미국의 대표적 지성 중 한 사람, 노암 촘스키는

부패한 권력은 모든 걸 민영화한다.’고 했다.

 

그럼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괜찮은 건가?

형님만한 동생없다 했는데, 요거만큼은 동생이 좀 났다는.

오죽하면 오바마도 한국의료제도가 부럽다했을까.

하지만 우리가 낫다한들, 쿠바나 유럽만이야 할라고.

그만큼 미국 의료제도가 비정하단 걸 시인한 셈이라고 봐야지.

근데도 뭐든 큰형님 따라하고 싶어 환장한, 요 아우란 놈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거 같다는.

 

지난 대선 때, 국민들이 중병에 걸리더라도 본인부담 의료비가

100만원이 넘지 않도록 국민건강보험을 개혁하겠단 공약이 나왔더랬지.

대선토론 보다가 이 말에 솔깃했거든. 그게 가능해, 어떻게 하겠단 거지?

울나라 사람들, 매월 사보험료로 나가는 돈이

1인당 평균 27만원쯤 된다나, 거기다 건강보험료까지 하면 얼마야.

사람들 웬만하면, 따로 사보험 한두 개 이상 갖고 있지 않나?

자동차보험 같은 거 빼고 생명보험 뭐 이런 거.

평균 보험료가 저 정도라면, 여유 좀 되는 사람은 그 이상도 쓸 거고.

 

건강보험료 내면서 또 사보험까지 들어야하는 이유가

혹시나 건강보험으론 감당 안 되는 4대 중증질환 같은 병에 걸릴까,

그게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닌가.

만약 그런 불행이 닥치기라도 한다면, 당장 병원비는 물론이고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 입장에선 애들 학비에 가족생활비까지.

당연히 걱정되지, 남겨질 가족걱정에 허리띠 졸라매고 어떻게든 아껴서

이런저런 보험 하나라도 더 들어놓는 거 아니냐고.

 

울나라 의료보험제도가 미국보다야 낫다고 하지만

큰 병이라도 걸리면 여전히 병원비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니까.

정말 돈 나가는 치료엔 보험적용이 안 되는 게 많고.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건강보험 하나로운동을 제안했었거든.

1인당 평균 만원씩 더 내면 우리도 거의 무료로 의료혜택을 보장할 수 있다고.

어차피 사보험료 나갈 바에야 차라리 이게 더 경제적이지 않냐는 거지.

우리보다 훨 가난한 쿠바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할 이유는 없으니까.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사람 생명에 대한 생각과 의지에 달렸다고 할까.

미국 애들이 민간의료비 지출은 또 세계최고거든, 고비용 저효율.

그니까 부자나라 오바마가 가난한 나라 쿠바보기도 쪽팔린 거고.

 

쿠바의료제도라고 완벽한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뭐가 더 중요한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하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할까. 국민들의 공감하에 국가차원에서.

살면서 젤 걱정인 게 기본적인 의식주와 의료비, 교육비 뭐 이런 거 아닌가.

솔까, 대학 안 나오고 유학 안 갔다와도 죽는 건 아니지만

의료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잖아.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돈을 벌든 공부를 하든 뭐라도 하지.

 

치료비가 없어 체념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는 거, 이건 아니잖아.

TV에 풀빵엄마 같은 딱한 사연이라도 나오면, 모른 척 외면할 수도 없어

ARS전화 한통으로 마음이라도 보탠 사람들 꽤 되지 않나?

풀빵엄마 경우는 방송이라도 타서 도움을 받긴 했다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이 훨 많을 거고.

그렇다고 이런 딱한 사연들마다 일일이 다 보태기도 좀 부담스럽고

생까자니 괜히 기분 꿀꿀해지고.

이런 건 기부나 후원도 필요하지만 여기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 아닌가? 인간적으로다가.

 

선진국 애들이 지들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 쿠바의료를 배우겠다고 찾아가는 건

그 동안 자기들이 놓치고 살아왔던 그 무언가를 찾고 싶어서겠지.

우리도 그렇지 않나?

돈부터 벌고 돈 더 모으면, 돈돈 하면서 살다가 나중으로 미뤄놓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생각해보니 잊고 있었던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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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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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이 명령문을 읽는 순간,

우리 머릿속은 어느 새, 명령과 반대로 코끼리를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개념으로 

언어와 생각과 행동의 관계를 설명한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틀이다.

같은 하늘을 바라봐도, 어떤 모양의 창틀을 통해 보냐에 따라,

우리 눈에 들어오는 하늘의 모양은 다르다.

코끼리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각자의 프레임을 통해 코끼리를 생각한다.

그 프레임은 이미지이거나 지식일 수도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조차 코끼리라는 단어에 상응하는

프레임을 먼저 떠올려야만 한다.

 

이 책은 왜 미국의 보통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결국, 왜 계급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라는 문제다.

이런 투표행위를 계급배반투표라 부른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지 부시는

세금구제라는 용어를 수시로 사용했다.

구제가 있으려면 먼저 고통받는 사람이 있어야하고

그 고통을 없애주는 구제자가 등장해야한다.

살려줘요 뽀빠이~~’라는 올리브의 비명에

만사 제쳐놓고 나타나는 뽀빠이처럼 나를 구해줄 영웅이 필요하다.

여기에 영웅을 방해하는 악당 브루터스가 빠질 수 없다.


세금이라는 말을 구제 앞에 붙이면

세금은 고통이다는 은유가 생겨난다.

세금이라는 고통을 없애주는 자는 영웅이고

그를 방해하는 자는 악당이 된다.

세금구제라는 용어로부터 우리의 뇌가

세금은 고통, 구제자는 영웅, 방해자는 악당이라 떠올리는 것,

이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부시가 말한 세금구제의 대상은 당연히 부자들이다, 부자감세다.

그러나 세금구제라는 용어를 모든 언론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보수우파가 유도하는 프레임을 통해 감세정책을 바라보게 된다.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쪽이 영웅이 되고 방해하는 쪽은 악당이 된다.

그리고 자신들에겐 아무 혜택도 없고 되레 부담이 되는 

감세정책을 지지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는 간접세나 국채발행, 복지예산 축소로 

메워야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미국 공화당이 선점한 프레임에 말려들어, 미국 민주당조차 

보수우파의 용어인 세금구제라는 말을 사용해 부자감세를 비판함으로써

상대방의 프레임을 더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활용한 이 프레임 개념은

우리나라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참여정부시절 종합부동산세라는 증세정책을 추진했다, 부자증세다.

종부세라 부르는 이 정책의 취지는 

투기로 인한 부동산가격 폭등을 막고 갈수록 심해지는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격차를 조금이나마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종부세로 거둔 세금은 전액 지방교부세로 사용하도록 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각 지자체로 보내 부족한 세수를 보충해주는 돈이다.

강남같은 부자동네에서 거둔 돈을 시골마을에 보내주는 식이랄까.

 

그러나 보수우파 진영인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앞장서

세금폭탄이란 용어로 이 정책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뒤따라 일어난 과정은 미국의 경우와 흡사하다.

폭탄이라는 말 앞에 세금을 붙임으로써 세금은 치명적 무기가 된다.

이번에는 내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증세정책을 추진하는 쪽이 악당이 되고

반대하는 쪽은 영웅이 되는 프레임이다.


당시, 종부세 적용은 납세자의 2%, 100명 중 2명 정도다.

나머지 98명과는 아무상관도 없는 세금이다.

왜냐면, 종부세 적용이 10년전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이라,

실거래가는 이보다 더 고가인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근데 전월세 사는 사람들도 대거 이 공격대열에 합류했다.

심지어 노숙자들까지도 종부세는 세금폭탄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학교급식 같은 여러 복지정책도 무상프레임으로 공격받기 쉽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복지는 유상이다.

너무 당연한 거라 굳이 유상이란 말을 붙일 필요조차 없다

모든 게 국민세금이다

무상이란 말도 붙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무상학교, 무상도로, 무상다리, 무상벤치, 무상가로등...

공공도서관을 무상도서관이라 부르면 이상하지 않나.

그런데 무상급식이라니!

아이들 학교급식이 때 되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밥상도 아니고.

 

레이코프는 이 책을 통해,

정치인은 당신 머릿속 어떤 프레임을 자극해야 표를 얻을지 잘 아는 사람들이다.

기억하라, 상대방의 언어로 생각하면 그들의 프레임에 조종당하게 된다.

상대편의 프레임을 공격하지 말고 프레임을 재구성하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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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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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어김없이 들려오는 애국가소리.

동네골목에서 공차며 놀던 우린,

어느 방향인지도 분명치 않은 국가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그렇게 잠시 얼음이 됐다.

초코파이 하나 더, 짜장면 한 그릇 더 먹는 게,

해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공차는 게 마냥 좋았던,

동네 꼬맹이들도

이 장엄한 국가의 목소리 앞에선

애국자임을 증명해야했던 시대.

 

이젠 아득하기까지 한, 국기하강식의 기억을 갖고 있는 세대에겐

어쩌면 불편한 맘이 들게 할지도 모를 소설제목 한국이 싫어서’.

주인공 계나는 자기가 호주로 떠난 이유를 쿨하게 들려준다.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선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순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미국이 싫다는 미국사람이나 일본이 부끄럽다는 일본사람한테는

개념있다며 고개 끄덕일 사람 꽤 되지 않나?

 

내가 여기선 못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선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할 동물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긴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 만날 나와서

사자한테 잡아먹히는 동물있잖아, 톰슨가젤.

걔네들 보면 사자가 올 때 꼭 이상한 데서 뛰다가

잡히는 애 하나씩 있다? 내가 걔 같애.

남들 하는대로 하지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 저기는 풀이 질기네 어쩌네 하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가 표적이 되는 거지.

 

하지만 내가 그런 가젤이라고 해서

사자가 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은 쳐 봐야지.

그래서 내가 한국을 뜨게 된 거야.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워서 이기는 게 멋지다는 건

나도 아는데.......그래서 뭐 어떻게 해?

다른 동료 톰슨가젤들이랑 연대해서 사자랑 맞짱이라도 떠?

-본문 중에서

 

초등학교 때, 교실 칠판 왼쪽엔 국기에 대한 맹세

오른쪽엔 국민교육헌장이 커다랗게 걸려있던 기억이.

거의 A4 절반이 넘는 분량. 뜻도 모를 어려운 한자어가 수두룩하기까지.

못 외우면 손바닥 맞고 늦게까지 남아 외워야했던.

2학년 땐가 담임선생님이 국민교육헌장까지 외워오라 했다.

이걸 다 외워 쌤한테 칭찬받았을 때 그 뿌듯함이란.

이걸 뭐라 해야할까....애국자 인증?

분명한 건, 교실에 남지 않고 친구들과 놀아도 된다는 기쁨이 더 컸다는.

어릴 때 외운 이 문장들이 아직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도 어떤 건 잊혀지기도 하고

또 어떤 건 지우고 싶어도 끈질기게 남기도 한다.

 

작가 유시민은 자신의 글에서,

나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남녀가 서로 눈이 맞아 부부가 된 어느 날, 부모님의 찐한 애정표현과

어쩌면 아버지 몸속 알콜기운의 결과로 태어난 게 아닐까라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고, 그것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내가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이왕 태어난 거

한사람의 시민으로 성실히 살면서, 내가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겠다고.

 

...이거 뭐라 반박을 못하겠네. 나도 그렇게 태어난 거 같으니까.

물론 우리 부모님이야 아니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날 간절히 원해서 낳았다고. 진짜로?

뭐 요즘 애들이야 정말 원해서 낳았다 쳐도,

우리 부모님처럼 많이 낳던 시절엔,

집안의 대를 잇겠다거나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오직 날 잉태하기 위한 일념으로 그 뜨거운 밤을 보낸 건 아닐테고.

어차피 한번 태어나 언젠가 죽을 텐데,

사는 동안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찾고 싶을 뿐.


내 나라가 싫어서, 내가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떠나는 사람들.

가슴 한쪽엔 낯선 이국땅의 두려움을,

또 한쪽엔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미안함을 안고

쉽지 않았을 결정을 한 만큼, 부디 더 행복한 삶을 찾길.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사람 사는 세상.

진심 내 나라에 태어난 게 자랑스럽고, 이 땅에 사는 게 행복한 나라로

그래서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건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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