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토론 - 앵무새 죽이기부터 파우스트까지 인생책을 만나는 청소년 토론 길잡이 행복한 독서교육 5
권일한 지음 / 행복한아침독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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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고등학교 서태진(『우주에서 가장 쉬운 어휘』 공저자) 선생님의 서평입니다.

 

열정과 애정이 빚은 독서토론의 기록

 

 

 

권일한 선생님은 강원도 삼척에서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열심히 하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제자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부탁해 꾸준히 독서토론을 같이 하는 분이라고 한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은 차이도 심할 텐데, 선생님의 독서토론은 어떻게 그 격차를 극복했고 학생들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책읽기와 독서토론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그들만의 독서토론 방법에도 호기심이 일었다.

표지에 독서토론한 책 제목들이 나온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부터 『인터넷 나라의 앨리스』까지 총 열일곱 권. 독서토론을 해본 교사라면 독서 목록을 꾸릴 때 한번쯤은 만나본 책들이다. 모두 거기와 여기, 그때와 지금, 그들과 우리, 그리고 너와 나를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비판하고 공감하고 성찰하기 좋은 책들이다. 은근한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고, 책은 생각 이상으로 여러 가지 매력이 있었다.

우선 책이 다루는 관점과 지도 방법에 매력이 있다. 제1부 ‘토론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에서는 선생님이 추구하는 가치와 관점이 잘 드러난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은연중에 학습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한 후 자신의 목소리로 글을 쓰게 한다. 수업은 4주 동안 운영되는데, 대체로 한 주는 좋은 문장이나 인물에 대해 공유하며 내용을 이해하고, 한 주는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그들과 우리가 지닌 사고나 태도를 비교하며, 한 주는 인물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파악하거나 작가의 창작 의도를 분석하고, 한 주는 지금까지의 토론을 기반으로 교사가 제시한 주제로 논술을 한다.

지도의 구체적 과정과 교사의 정직성도 돋보인다. 제2부 ‘토론으로 우리들의 고민을 나누다’에서는 현실 교육을 비판하면서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탐색한다. 제3부 ‘토론으로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다’에서는 국가권력의 국민 통제가 지닌 위험성과 함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소중함을 다룬다. 제4부 ‘쟁점을 내세워 어려운 책을 이해하다’에서는 교차 쟁점 토론을 통해 『파우스트』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과정이 나온다. 책을 읽다 보면 선생님의 고민과 열정, 학생들의 비판력·창의력·표현력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그 정직성 덕분에 책 속 방법을 활용한다면 나도 상당히 괜찮은 독서토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끝으로 교사의 원칙이 적용되는 다양한 양상을 살펴보는 매력이 있다. 제5부 ‘토론을 발판삼아 논술을 쓰다’에서는 독서 감상문과 논술문의 차이, 논술의 기본 원리와 과정, 논술문의 형식을 독서토론을 통해 잘 설명한다. 제6부 ‘통합논술을 쓰면서 책을 보는 눈을 넓히다’에서는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해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담았다.

독서토론을 지도하는 교사는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을 꼼꼼히 남겨 다른 사람의 길잡이가 되는 교사는 많지 않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제자들과 계속 독서토론을 하는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독서토론 분야에서 한 교사가 피땀 흘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행복이다. 지금 우리가 걷는 이 길도 새로운 길을 묵묵히 갔던 어떤 이들이 낸 길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_서태진(구로고등학교 교사,『우주에서 가장 쉬운 어휘』 공저자)

* 이 글은 행복한아침독서에서 발행하는 <중고등 아침독서> 9월호에 실린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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