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지음 / 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
‘오래’, ‘조건 없이’, ‘당신이라서’.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사랑.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이 편지의 주인공을 부러워하리라 짐작했다.
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

마룬파이브의 she will be loved, 아델의 make you feel my love, 김형중의 좋은 사람, 한국 고전 인형의 꿈까지. 절절한 짝사랑 노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다. 그런 그들의 순애보를 보며 저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사랑을 주고 받는 총량이 같다면 어떨까. 누가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것 없이. 그런 건 때로(아니 주로) 갑을관계처럼 권력의 상하관계가 되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숭고한 사랑에서 그런 관계란 마음 아프니까. 그런데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기엔 이미 ‘사랑의 갑을 관계’, 좋게 말하면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의미가 다름’은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다. 고로 나의 상상은 지루하고 시대착오적이므로 철수!

그래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를 수 밖에 없음에서 오는 ‘다 주지 못한 사랑’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마 그것들이 우리가 즐겨 듣고 즐겨 보는 노래와 영화, 책, 소위 예술이 되는 것이리라.

이 편지도 그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어떤 특정인을 향한 개인적인 편지이나 보편적인 사랑의 감성 또한 담고 있어서일까.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이유 또한, 그들이 받고 싶다고 생각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모습이 있기 때문일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멀리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지만 차마 그 누군가에겐 보내지 못한 편지. 우린 그런 적이 있던가. 오히려 표현하지 못해서 안달이지 않던가. 표현하는 데도 모자라 알아주길 바라며 애타지 않았던가.

편지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사랑은, 우리가 지칠 때 필요로 하고 기대고자 하는 그런 사랑에 가까워서 때로 일상이 버겁고 지칠 땐 이 책을 데리고 나가곤 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내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마치 편지의 주인공처럼 울컥하며 위로를 받았다.

그가 누군가를 바라는 마음이 자신의 욕심과 자의식에서 오는 건 아닐지 우려할 때, 또 그런 감정을 종교적 수행과 더불어 절제할 때. 난 내가 이제껏 해온 사랑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성찰이 부족했었는지 통감했다.

기브앤테이크가 만연한 세상. 잉여의 감정, 남는 감정 없이 모두가 동등한 사랑의 감정이면 어떨까 잠시나마 상상했던 나는 겸손해졌다. 왜냐면, 만약 그랬다면 이 책도 나의 애정하는 노래도 없을 것이기에.

새로운 사랑이 있음에 감사한다. 그 사랑에 대한 고찰에 대해서도. 정말이지 무조건적인 사랑은 사람을 벅차게 한다. 무엇보다, 글 속 표현이 시적일 때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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