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나무 아래 박노해 사진에세이 6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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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사이의 "고귀한 인간 정신"의 관계가, "희망의 단서"인 나 하나의 분투가, "소리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푸른 기둥"이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작은 올리브 나무 하나"가 "천 년의 사랑"을 이어갈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의 유장한 말들은, 그 '기원(祈願)'들은 내 책상에 작은 신전을 세웠다. 그의 단호한 음성은 살포시 우리 등을 받쳐주고 있다.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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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바쁘다. 저마다의 이유로. 만물은 끝없이 만들어지고 쓰여진다. 잡초 한 포기도, 사람들도.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느닷없이 멈춰버리는 때가 있다. 나의 모든 감정을 다 꺼내어도 감당이 안 될 때이다. 

그때, 나는 수많은 생각을 뒤로하고 단 하나만을 생각한다. "그래서, 그 결과는 무엇이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또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이 드넓은 세상 속 내가 선 자리를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리브나무 아래>는 나에게 그런 때를 선사하였다.


"우리는 좀 더 강인해져야 한다. 고귀한 인간 정신으로"


원자와 중성자, 미립자까지 분해하고 사람과 사람, 마을과 나라, 지구와 우주까지도 분해하고 분리하고 재단시켜 버리는 세계에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더 강인하게 하고 있는가. 더워지질 수록 여름은 멀어지는 법인데, 우리는 무엇을 강하게 하여, 무엇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가. 사랑과 자애는 종교 밖에서는 설 자리가 없으며 지혜와 용기는 위인전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들어진 세상 아닌가.


"서로를 알아보고 경외하고 함께 걸어가는 용기를 내야 할 때이다"


그 어떤 관계도 '경외'가 없다면 거짓이 된다. 지배하거나 지배당하거나 혹은 아무 진심이 없거나. 그 사이에서 그 관계는 그 어떤 결실도 맺지 못한다. 그 어떤 사람도 '용기'가 없다면 끝이 좋을 수 없다. 침묵하고 주저하는 그 사이, 그대로 휩쓸려 가기 때문이다.


"천 년의 사랑, 천 년의 올리브 나무"


가만히 있을수록 세상은 더 빨리 흐르는 듯하고 그래서 더 빠르고 강하게 무언가를 결정하게 된 시대. 아니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그대로 내 맡겨버린 시대. 나와 너 사이의 "고귀한 인간 정신"의 관계가, "희망의 단서"인 나 하나의 분투가, "소리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푸른 기둥"이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작은 올리브 나무 하나"가 "천 년의 사랑"을 이어갈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의 유장한 말들은, 그 '기원(祈願)'들은 내 책상에 작은 신전을 세웠다. 그의 단호한 음성은 살포시 우리 등을 받쳐주고 있다.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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