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냄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9
김지연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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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작가는 매번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소설을 써냅니다. 세세한 묘사가 없어도 작품 속 인물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달까요. 저로서는 그 특유의 선명함이 작가의 타고난 글솜씨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작가의 첫 중편소설인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인데요.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의 일상을 높은 해상도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그 흡인력이 놀랍습니다. 책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 편인데도 단숨에 읽어낸 작품이었어요. 대사 위주의 속도감 있는 전개를 이독성 좋은 간결한 문장들이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작품 해설을 쓴 천희란 작가의 "과장하거나 억지 부리지 않는 구체적인 일상의 장면들은 그 자체로도 읽는 즐거움을 준다"는 말에도 크게 공감했습니다. 구태여 자극적인 장면을 보태지 않아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에 새삼 위안을 받기도 했고요.

빠르게 읽혀도 《태초의 냄새》는 가볍게 소화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되씹을수록 결론 내리기 어려운 까다로운 질문들이 촘촘하게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하지만 함께 수록된 천희란 작가의 작품 해설이 워낙 훌륭하기도 하거니와, 스치는 향을 맡듯 잠시간 고유한 감각을 느껴만 봐도 좋을 작품입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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