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혼
민명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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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장편소설, 『죽지 않는 혼』. 대한제국 신하 충정공 민영환 이야기다. 민영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가 1905년 을사조약에 항거하여 자결했다는 것뿐이다.(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다.) 아편을 한 움큼 삼킬 수도 있고 목을 맬 수도 있지만, 가장 깨끗하게 짧은 순간에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칼로 자기 목을 찔렀다. 그의 죽음에 온 백성이 슬퍼했다. 
작가는 민영환의 4대손이다. 어릴 적 집안 어른들로부터 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옮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역사서로도 손색이 없다. 민영환의 개인사뿐만 아니라 대한제국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선연히 보여준다. 
민영환이 러시아 사행(使行)을 마치고 돌아온 1896년 11월, 독립신문 사장 서재필과의 인터뷰. 이 말을 옮기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앞으로 조선이 힘써야 할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오. 나를 그것을 자강(自强)이라 하겠소. 국력이 약하면 외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유럽 사행을 통해 뼈아프게 느꼈소. 강대국의 선한 의지에 기대면 결국 또 다른 상전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소. 청국도, 러시아도, 미국도 다 마찬가지요. 정치나 외교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실리의 문제이기 때문이오.”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고종의 특명을 받고 이 나라 저 나라에 백방으로 호소하지만, 다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토로하는 말이다. 미국 처분만 바라는 이 나라 관리들을 생각하니, 백년이 훨씬 지난 말이지만,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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