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꿈들 - 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양미래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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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suel2l/223355169799

2024년의 첫 책은 리베카 솔닛의 ❬야만의 꿈들❭이었다.
그녀의 책은 20대 초반, 한창 학교 중앙도서관을 들락거리던 때부터 진작 좋아했던 참이었다. <멀고도 가까운>, <길 잃기 안내서>와 같은 책들은 솔닛의 다른 저작들에 비해 개인적 수필에 가까운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딛고 있는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관점들을 세우는 데 20대 초반의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리베카 솔닛의 책 앞날개에 붙어있는 저자 소개 란에는 그녀가 몸 담고 있는 여러 직업명들이 나열되어 있다. 역사가, 문화비평가, 사상가, 환경운동가.
그 중에서도 1999년 처음 출판된 야만의 꿈들은 솔닛의 환경운동가적 면모와 역사가적 면모가 눈에 띠는 책이다. 한국에는 2022년 11월이 되어서야 처음 번역되어 소개됐는데, 나는 이 책이 리베카 솔닛의 글쓰기 출발점과도 같다는 점에서 마음이 강하게 이끌렸다. 또한 미국에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적절하게 속하지도 못한채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서부의 네바다 주와 핵실험장, '자연'으로서 기능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대한 솔닛의 시선과 발걸음, 사유를 따라가다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에 관해 정말로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을 설명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미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크게 관심 가지 않았을 요소들-미국 서부, 네바다주, 미국의 역사-이 지금의 내게는 관심을 기울이는 무엇으로 변하여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내 보기로 마음 먹은 것은 나의 미세한 변화에 기민하게 스스로 응답한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전에는 내게 큰 의미를 갖지 못했던 것들이 솔닛의 시선과 통찰력에 기대어 내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서, 이 작업은 솔닛이 이 세상 바깥으로 끄집어 내어야 한다고 판단한 방대한 역사적 사실들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무언가 인간성을 건드리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 500쪽 분량의 책 이리저리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이것들을 하나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포르타주와 문화 비평, 에세이가 섞여 든 책의 형식 상 한 번 완독한 것만으로는 이 책의 인상만이 아스라히 남아 결국엔 흐트러질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자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서 이 책의 리뷰들을 보아도 무언가 이 책에 관해 더 깊이 있게 관통하고 싶다는 욕망이 완벽히 충족되지는 않아서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서문에서부터 다시 목차 별로 내가 주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장들을 발췌하며 되짚어 보는 작업을 했다. 일종의 독서 노트, 독서 길잡이 같은 것을 만든 셈인데, 나처럼 야만의 꿈들을 읽고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책의 저작권 문제로 인해 전체 공유는 어려울 것 같다.

* 우리가 장소가 가진 구체성 뿐만 아니라 장소에 깃든 추상성/이야기를 동시에 인지하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감각을 쉽게 놓치게 될 가능성에 놓인다.

*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 원자 폭탄이 만들어진 것은 과학의 발달에 따른 필연적 결과가 아니다.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관점, 특정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을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즉, 한계를 모르고 되돌아보지 않은 채로 앞만 보고 나아가는 ‘진보’의 자장 안에서 비로소 원자 폭탄이 발명 된다.

* 흐르는 시간. 역동을 가진 시공간안에서만 정치가 존재할 수 있다.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박제된 시간. 붙박인 공간. 그러한 시공간은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는 신화로만 기능한다.

이 정도에 관해서는 내가 이 책에 대하여 소화한 내용으로 언급해둘 수 있을 것이다.

야만의 꿈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나는 비로소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쪽에 가까워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베카 솔닛의 사유를 좋아하고 그녀의 저작들을 읽어나가는 경우라면, 그녀의 글쓰기가 시작된 하나의 배움터인 야만의 꿈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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