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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태백산맥을 읽기 전에, 나에게 통일이란 그냥 추상적으로 같은 민족이니까 해야하는 것이었다. 학생시절(초등학교 때인가), 인천상륙작전을 배웠을 때, 대단히 뛰어난 해상전술, 맥아더 장군..이따위 것들을 배웠다. 미국의 도움으로 우리는 적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리의 것을 다시 되찾았다고 배웠고,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우리는 적으로부터 우리의 것을 되찾은 것인가.. 우리의 적을 당연히 북한이라 가르치며, 공산주의란 나쁜것이라 가르치는 우리의 교육(특히 초등교육에서..현재는 어떤 방향인지 알 수 없지만), 그 교육 속에 당연히 그렇게만 생각했던 나.. 중고등학교에서 국사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국사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생각한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이후 근대사, 아니 그 이전에 대해서도 내가 너무 무지했음을 이 책은 나에게 깨우쳐 주었다.
북한이 치사하게 일요일 아침에 기습을 해서,전쟁이 일어났다고 배웠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쟁의 가능성은 이미 그 전부터 존재한 것이었다. 또한, 미국의 인천상륙작전은 적으로부터 우리의 것을 찾은게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나라를 세우지 못하고, 전쟁놀이 좋아하는 미국에 의한 희생자였다. 그 결과, 우리는 어제까지의 가족, 친구, 동료를 오늘의 적으로 만들었다. 전쟁이 일어난 우리나라는 '위로는 불바다, 아래로는 피바다'였다고 한다. 사회주의진영을 없애기 위해 엄청난 폭탄 공세가 이 땅에서 펼쳐졌다고 한다. 약 45년간 우리나라를 착취했던 일본은, 전쟁으로 인해 다시 한번 배부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이라크 파병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난 국제정세에 대해서는 정말 잘 모르지만, 미국의 자세가 정말 정당한건지, 우리의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
우리는 일종의 피해자이다.(피해자란 말 역시 정당방위적 성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체적인 문제 역시 배제할 수 없으니까) 문제는, 그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대한민국사> 상에서 양민학살(미군에 의한, 또는 국군에 의한)에 대한 얘기를 거의 처음 접했고, <태백산맥>에서 다시 접하게 되었으니까..
또한 이 책은 인간문제에 대해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각의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현재 인간 평등이라는 말을 누누히 듣기에 당연시 하지만,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이도 다수였음을..현재 나의 입장에서는 그런 그들이 이해가 안 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나와 그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각을 형성하여 나갔기 때문임을..
<토지>를 보고, 각각의 인생들이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모르나, 각기 자신만의 문제로 아파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면, <태백산맥>을 통해서는, 역사와 인간의 생각이 얼마나 천차만별인지를 배운다.
물론, 조정래의 반미감정 기타 등등 그의 가치관으로 더욱 미화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 그가 너무 지나친 한민족주의자란 생각도 들었으며, 장르가 소설인만큼 당연히 '허'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 교육과정에서 거의 다루고 있지 않은 근대사에 대한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