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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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미처 생각못했던 중간고사가 눈앞으로 다가왔기에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소설책을 선택했다. 결과는 아주 만족.  처음에 '모두의 내력' 책 자체가 하나의 소설인 줄 알았는데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은 오선영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제목이 왜 모두의 내력인지는 책의 챕터 중 하나인 '소설가와 만나는 시간'을 통해 알 수 있다. "모두의 내력은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 제목이면서도,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내력이란 단어에는 '역사'가 주는 무거움과는 다른, 개인의 사소하고도 은밀한 삶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page.261)" 즉, 작가님이 말하셨듯 이 책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책이다.

 책에는 작가님의 등단작인 '해바라기 벽'부터 시작해서, 상자까지 총 8개의 작품이 수록 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소설가와 만나는 시간'이란 챕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인데, 사람에 따라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나, 주제를 파악하기 힘든 작품들을 풀어 설명해주는 코너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소설을 다 읽고 소설가와 만나는 시간을 가지는 구성자체도 참신하지만 무엇보다 독자의 이해를 더 높일 수 있는 장치가 소설 안에 포함되어 있어서 연령대에 상관 없이 편한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서평을 썼던 시네페미니즘은 고등학생인 동생에게 추천하기에 살짝 무리가 있었다면, 이 책은 동생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부산에서 자라 부산에 거주하시는 작가님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책에서는 익숙한 공간들이 많이 등장한다. 해바라기 벽은 감천문화마을과 같은 공간을 연상케 하고, 로드킬은 광안대교를 생각나게 만든다. 밤의 행진에서는 노량진이 아닌 서면에서 고시 공부를 하고, 그 근방에서 집을 구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부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안겨준다. 개인적으로 '부산'의 곳곳이 이렇게나 익숙하게 표현된 소설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소설은 그 배경이 서울, 경기도 그 근방을 이루거나 아예 허구의 장소로 표현되기도 하고, 외국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기도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김정한 작가님의 「모래톱 이야기」 등을 제외하곤 거의 보지 못했다.그렇기에 장소가 부산이라는 것은 이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현대의 지역 소설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작가의 소설에는 대부분의 주인공이 '여성'이다. 단순히 여성 작가여서가 아니라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시민들의 삶 - 비춰지지 않았던 삶에 여성이 대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오직 「로드킬」의 K만 남성 주인공인데, 며칠전 다녀온 광안대교의 여파 때문인지 이 소설이 제일 인상 깊었다. 주인공인 K는 기업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어떻게든 회사에 오래 살아남길 원한다. 그가 하는 일은 '명함 정리'. 회사에 중요한 도움이 되는 인물들의 등급을 나눠 알맞은 문자를 보내고, 선물을 하는 등의 일을 하는데 그가 출근하는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그는 그 사건으로 인해 결국 큰 실수를 하고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마는데, 그가 다시 찾아간 다리 밑 바다에는 수많은 명함들이 떠다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명함들은 그곳에서 자살한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로 오갈데 없는 청춘들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어찌보면 가장 가까운 내 미래의 모습이 K일수도 있기 때문에(취업난을 거쳐 간신히 취업하는 그 모습이) 더 안쓰럽고 공감되었다.

 

 앞서 서론에서 애기했듯이 이 책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 삶중엔 나도 있고, 당신도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의 사람들의 삶을 훔쳐봤단 느낌이 들 정도로 지극히 현실적이라 마음이 쓰리다. 그러나 「모두의 내력」은 마냥 쓰리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분명히 아픈데, 그만큼 따뜻하다. 마냥 소시민의 삶을 '동정과 연민'이란 키워드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닌 그저 삶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산다. 각자의 삶에 행복과 불행의 척도는 다른 누군가가 정의내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모두의 내력」은 현실이라 쓰라리지만 힘든 현실 속에서도 살아가는 수많은 삶이 아직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따뜻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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