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말아줘
알릭스 가랭 지음, 김유진 옮김, 아틀리에 드 에디토 기획 / 어반북스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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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줄평 : 🌊 사람에게 흔적을 남기는 사랑의 물성
감동💙💙💙💙 : 새벽에 읽기금지
연출💙💙💙💙 : 시퀀스가 잘 살았음
그림💙💙💙 : 자유분방하고 편함.색감이 멋짐

[인상깊은점]
여성위주의 서사에 대한 편견을 다정하고 감동적으로 깨준 것 같아 고마웠다. 여자만 나오고 키워드가 정치적인 느낌도 있어서 주장이 강하고 교훈적인 내용일까 했는데 편견이었다. 웃고, 울고 재미있게 읽고 생각도 해볼 수 있는 소설 그 자체이다.
주제가 가족간의 관계, 삶,사랑인데, 가장 뻔할 수 있는 주제를 세심하게,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로 풀어나가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말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고 주륵 눈물을 흘렸다.

[내용]
정말 프랑스 영화 같다. 잘만든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느낌. 황당한게 오히려 즐겁고 새로웠다. 일러스트도 색감이 예뻐서 좋다. 다만 작가가 디지털로 그려 인쇄했는데 수작업했어도 예쁠 것 같아서 아쉬웠다.

[소장가치]
책 종이가 고급스러운 질감이다. 정말 그림의 질감을 잘 살린 양장이라 좋았다. 크기도 있고 무게도 좀 나가다보니 확실히 멋진 것 같다. 표지 그림도 볼 때마다 드는 감정이 달라져서 좋았다.

[감상문]
정말 간만에 소설을 읽고 울었다. 가상의 인물이 큰일이 났다고 한들 내 일보다 바쁘진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학업과 대회활동으로 너무 바빠서 남의 이야기에 공감이 어려웠다. 그런데 클레망스에게서 나를 봤다. 그는 미래를 알 수 없고, 엄마와의 관계가 고민이며, 할머니가 자꾸 요양원에서 도망쳐서 오히려 자신이 도망쳐버리고 싶은 현실에 있다. 이처럼 가족들의 일은 종종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난 요새 책임감과 걱정이 사람에게 족쇄를 달고는 한다고 느낀다. 내가 성인이 되어 가족을 보살필 수 있는 위치로 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클레망스는 그 요양원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인 자신의 할머니를 데리고 도망가버렸다. 어떤 의미로는 나도 종종 그렇게 도망치고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클레망스가 할머니를 데리고 도망가게된 계기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대체 어쩌려고 그랬을까.이 이야기의 주제가 그곳에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클레망스가 그 결정을 함으로 겪은 모든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클레망스는 용기를 내서 이 여행을 결심하기 전에 할머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집이 할머니랑 살았던 집이었기 때문이다. 그 둘은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여느 가족이 그렇듯 꽤 무심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곤 했다. 클레망스는 막상 할머니를 떠나보내게 될 것 같을 때 그 시간들을 다시 떠올린다. 나는 클레망스가 얼마나 할머니를 사랑하는지 느껴졌다. 나도 어떤 순간에 누군가와의 좋았던 시간을 떠올리고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느낀다. 할머니는 언젠가 돌아가실 것이다. 클레망스는 그 전에 할머니와 하고싶은 것들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을 보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매번 얼굴을 뵙고 싶은데 시간이 애매하고 몸이 힘들어서 보지 못하지만 나는 내 할머니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안다. 클레망스도 할머니가 치매여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할머니를 위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충동이던 용기이던, 그것은 클레망스가 할머니가 소중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책임감이 무겁다가도, 그들 덕에 힘을 내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클레망스의 모습에서 나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막연한 타인도 클레망스처럼 살고있겠지 생각할 때 비로소 타인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모두 다 자신의 할머니가 있겠지.

"나를 잊지 말아줘"에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양한 타인들에 대한 소주제가 정말 많다. 여성서사, 노인, 싱글맘, 성 소수자, 여성성과 남성성...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대해 작가의 생각이 세세하게 녹아있었다. 정말 다양하고 생생한 사람들이 주인공의 여정에 연관이되어있어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적당히 모두와 살아가며 사랑한다. 나도 그저 그럴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클레망스가 책 말미에는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같아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감동이었다. 취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학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여행이 클레망스에게는 가장 의미있어보였다. 책을 덮고 가만히 앉아서 한 생각은, 우리는 그런 기억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반북스의 다양한 문화 이야기와 출판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그렇게라도 이 책을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결국에는 이 책이 삶에 의미를 부여할 잠깐의 순간을 마련해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나는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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