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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루나 +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 옛날 옛적 판교에서 + 책이 된 남자 + 신께서는 아이들 + 후루룩 쩝접 맛있는
서윤빈 외 지음 / 허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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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여기 합정에서는

 

   믿기 힘들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날은 특별한 약속이 없는 후덥지근한 초여름이었어. 할 일이 없던 서규는 합정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었지. , 허세를 부리려던 건 아니야. 요즘 독서라는 취미가 힙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야. 서규의 자취방 천장 위는 윗집의 테라스인데, 대낮부터 그 테라스에서 파티가 벌어졌거든. 그들과 달리 파티를 함께할 친구가 없던 서규는 자취방을 나와 카페로 향했지. 책 한 권을 들고 말이야.

   챙긴 책은 <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나름 유명한 문학상의 작품집이야. 서규가 아이스카페라떼와 함께 처음 펼친 책의 페이지는 117. 왜 처음부터 안 읽었냐고? 서규는 원래 끌리는 부분부터 먼저 읽거든.

   김쿠만 작가의 단편소설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작가 이름부터 신기하지 않아? 소설 제목도 과학문학으로 느껴지지 않고. 그 특이함에 이끌려 서규는 117쪽부터 읽어 나가기 시작했지.

   소설은 판교의 게임 개발 현장에 대한 묘사로 시작돼. 게임 개발자인 연우 님지우 님은 꼰대 팀장 때문에 회식 자리에서 고통받지. 그러다 어느 날 지우 님은 퇴사하고, 연우 님은 혼자 남아 <프로젝트 AAA>라는 게임을 개발해. 회사가 어려워지자 대표는 인공지능 팀과 <프로젝트 AAA> 팀을 합치라는 지시를 하지. <프로젝트 AAA>에 스토리텔링 인공지능을 넣어서, 인공지능이 게임 스토리를 만들도록 하라는 거였어. 하지만 <프로젝트 AAA>50%만 만들어진 상태에서 개발이 중단되고 말아. 그리고 <프로젝트 AAA>의 자료는 회사 지하 4층에 있는 서버에 유폐되지.

  그냥 평범한 이야기인 것 같다고? 여기서 충격적인 반전을 알려줄게. 지금까지의 내용은 모두 스토리텔링 인공지능이 들려준 이야기야. <프로젝트 AAA>에 삽입된 인공지능이 자신을 만든 개발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거지. 긴 시간이 지난 뒤, 지하 4층 서버에 유폐되어 있던 <프로젝트 AAA>의 인공지능은 ‘IT 고고학자에 의해 발굴되지. 하지만 50%밖에 개발되지 않은 옛날 게임의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어. 그저 자신을 만든 개발자인 연우 님지우 님을 기억하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낼 뿐이었지.

  서규는 소설을 다 읽은 뒤 아이스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셨어.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지. 소설 속 연우 님, 지우 님과 똑같은 모습의 사람 두 명이 옆 테이블에 앉았거든. 우연의 일치인가? 하지만 그들이 나눈 이야기에 서규의 머릿속이 더욱 혼란해졌어. 그 둘은 서로를 연우 님, 지우 님이라고 부르면서 게임 개발 이야기를 했거든.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어리둥절해하며 혼란에 빠진 서규 앞에 소설 속 팀장마저 나타났어. 팀장은 서규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지. “게임 오버.”

  앞서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지? 서규는 사실 내가 만든 게임 캐릭터야. 나는 스토리텔링 인공지능이고. 말도 안 된다고? 더 믿기 힘든 사실을 알려줄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사실 게임 속 캐릭터야. 당신의 살고 있는 현실은 게임 속 세계지.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을 거야. 서규도 그랬거든.

   언젠가 누군가 당신 앞에 나타나 게임 오버.”라고 말할지도 몰라. 그때까지 즐겁게 플레이하길 바랄게.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 같은 재미난 소설을 읽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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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질 말들의 이야기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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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젊은 세대가 쓰는 신조어를 ‘잘못된 언어 사용’이라며 바로잡자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가 된 것 같다. 기성세대들은 신조어나 줄임말에 ‘MZ세대’라는 수식어를 붙여 가며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신조어가 무슨 뜻인지 알려주는 기사들도 줄곧 보이곤 한다.
나는 그런 식의 신조어 해석 기사들이 딱히 흥미롭지 않다. 생소한 단어를 하나 꺼내 놓고 신기해하며 의미를 알려주거나, 납작하고 단편적인 사회적 해석을 곁들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MZ세대’라는 단어에 정작 MZ세대들이 시큰둥해하듯, (MZ세대도 쓰지 않을 듯한) 뜬금없는 말을 두고 호들갑 떠는 것은 기성세대의 편협한 관점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는 신조어를 소개하며 사회를 돌아보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흔한 신조어 기사와는 다르다. 작가가 젊은 세대이기 때문도 아니고, 심오한 해석이 담겨서도 아니다. 이 책의 차별점은 ‘담백함’이다. 작가는 존버, 취준생, 국룰, 인싸와 아싸 등의 신조어를 이야기하며 자기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풀어낸다. 거기에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있고 사회적인 관점도 있다. 작가는 신조어를 통해 어쭙잖게 사회를 해석하려 하지도 않고, 신조어의 뜻풀이만 공허하게 나열하지도 않는다. 담백한 어조로 이어지는 개인적인/사회적인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와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굳이 따지자면) 기성세대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글에선 기성세대의 단편적인 관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독자 울기도 전에 작가가 먼저 우는 작품을 ‘신파’라고 부른다. 오늘날 흔히 보이는 신조어 기사들은 신파에 가깝다. 반면에 이 책은 한 편의 좋은 소설처럼 느껴진다, 독자가 자연스럽게 작가의 세계관에 빠져들며 스스로 생각해보게 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 디자인이 정말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금정연#그래서이런말이생겼습니다#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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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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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타슈웨블린#피버드림#창비#가제본서평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라틴아메리카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국내 첫 출간작이다. 가제본으로 읽어 보았으니 번역자와 출판사 관계자 다음으로 그녀의 소설을 한국에서 처음 접한 셈이다.

 

제목인 피버 드림은 악몽이란 뜻이다. 이 책에선 악몽처럼 무섭고 불가해한 일들이 펼쳐진다. 또 꿈이 그렇듯 논리적 인과관계 없이 사건이 진행된다.

 

소설은 젊은 도시 여인 아만다와 시골 마을 소년 다비드의 대화로만 전개된다. 그래서 독자는 제한적으로만 정보를 알 수 있고, 이런 설정이 공포감을 더욱 키운다.

 

아만다는 자신의 딸 니나와 함께 시골 마을 별장으로 휴가를 온다. 그리고 이웃집에 사는 여인 카틀라를 만나고 섬뜩한 이야기를 듣는다. 6년 전 카틀라의 아들 다비드가 오염물질이 섞인 강물을 마신 뒤 중독됐고, 의사가 없는 시골 마을 사정 때문에 녹색 집 여인에게 치료를 받았다는 것. ‘녹색 집 여인은 다비드의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그의 영혼 절반을 다른 신체로 옮기는 주술을 행한다. 이후 특이한 반점이 생긴 다비드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카틀라는 자신의 아들을 괴물이라고 여긴다. 한편 아만다와 니나에게도 이상한 증세가 생기는데...

 

작품의 원래 제목은 구조 거리’(Distancia de rescate). 소설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표현인데, 책을 읽기 전에는 다소 생소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에선 바꾼 듯하다. 아만다는 이상한 마을로부터 니나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다. 자신의 딸에게 위험이 생겼을 때 곧바로 구할 수 있는 거리, ‘구조 거리를 어떻게든 유지하려 한다.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하기 힘든 대목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이 소설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한다. 출판사는 기후 위기를 다룬 환경 소설로 소개하지만, 내겐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넷플릭스에서 어떻게 영화화할지 궁금하다.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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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 - 변증법적 유물론의 새로운 토대를 향하여
슬라보예 지젝 지음, 정혁현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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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짜 번역 안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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