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혁명 5년
프란츠 파농 지음, 홍지화 옮김 / 인간사랑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알제리 민중히잡으로 만들어낸 진한 역사

 

너는 장미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그보다 더 진한 향기가.”

알제리 혁명 5에는 정치지도자혁명가독립투사들의 위대한 업적이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그 대신에 민중들의 시점에서 생겨난 삶의 변화들이 기술되어 있다어느 유명한 노래의 한 구절처럼 화려함 대신에 진한 향기를 남기는 민중들의 혁명이다.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민중의 혁명이 나타난다약 8년의 시간이 흐른 후1962알제리는 마침내 독립을 하게 된다저자인 프란츠 파농은 혁명의 한가운데에서 정신과 의사이자 민족해방전선 투사로서 직접 활동하며 알제리의 탈식민지화를 위해 노력했다그는 비록 알제리의 독립을 두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경험을 가지고 알제리인들의 혁명을 저술했다책에서는 혁명을 통해 나타난 알제리 가정에서 아버지와 아들딸 그리고 부부 관계의 변화가 잘 드러난다알제리의 전통적인 상하관계남녀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운동을 하는 아들과 딸을 마주하는 아버지의 모습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을 원하는 부인의 모습들이 알제리 가정의 새로운 모습이다식민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빠르게 대응해 나가는 알제리인들의 모습은 상당히 놀랍고 인상 깊다.

이 책에서는 히잡과 라디오 등으로 대표되는 민중의 삶의 모습들이 알제리 혁명을 통해 어떻게 해서 혁명의 도구가 되고어떤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전-후를 비교해 보여준다독자들은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쉽게 몰입할 수 있다다시 말해서 상당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장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위대한 독립투사의 업적이 아닌 민중의 혁명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민중의 시선이 아닌 정신과 의사투사로서의 시선이 짙은 점은 아쉽다그래서 민족과 국가를 상당히 중요시하는 저자의 강한 투사적 어투는 종종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의 투사로서 직접 겪은 저자의 시선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수 있지만 표현에서 좀 더 관대했으면 좋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알제리 혁명 5에서는 알제리인들 개인의 의지가 모여 큰 의미를 만들어낸 모습을 보여 주었다우리는 알제리인들과 비슷한 시기에 식민지배라는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알제리의 저항혁명정신은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더불어 일제강점기에 저항했던 우리나라 민중들의 모습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민중의 저항은 개인의 사소한 변화로 시작되어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나라 전체로 퍼져있는 향기가 된다알제리의 향기는 어떠했는지 알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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