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100 IDEAS 시리즈 2
리차드 웨스턴 지음, 김광현.서울대 건축의장연구실 옮김 / 시드포스트(SEEDPOST)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비문과 오역을 찾을 수 있는 놀라운 책. 


이러한 상태가 7쇄까지 (내 손에 들려 있는 15년 4월판 기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점이다. 번역에 대한 전문 소양이 부족한 대학원생들에게 페이지를 일괄적으로 분배하여 번역을 하는 방식,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문장으로 자기 분량을 억지로 채운 학생들, 본인 이름으로 납품하기 전 성의 있는 검토를 하지 않은 유명 교수, 모든 문제의 발단으로 가장 안일한 방식의 발주와 방만한 검수를 한 출판사와 담당자. 

위와 같은 모습은 세월호 사건마저 떠올리게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결과가 누적되면 이처럼 가끔씩 커다란 참사가 발생한다.  


이 책은 일반인 대상의 교양서로 아주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건축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이 난해하고 잘못된 문장으로 인해 해당 분야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고 흥미를 잃는다면 (건축에 애정이 남아 있는 전공자로서) 무척 아쉬운 일이다.

대학원생 리스트를 공역으로 명기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나 아예 페이지별 실명제를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남은 분량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끝까지 읽기는 어려울 듯하여 도판 위주로 살펴볼 생각이다. 제법 괜찮은 내용의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의 염치가 없는 책으로 거듭나 매우 안타깝다. 


끝으로 지금 눈 앞에 펼쳐진 페이지의 일부를 옮기며, 이 책에 이런 수준의 문장이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점을 알린다.




p.61


르 코르뷔제는 이론으로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단순하지만, 이와는 달리 자기가 설계한 건물에서는 기둥 격자와 같은 '이상적' 질서 체계라고 번역될 수 있는 것과, 프로그램, 대지, 시공과 같은 특정한 요구 사이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비슷하게 건물을 설계할 때 가장 처음에 가진 근본적인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보자르 교육에 영향을 받아, 루이스 칸은 이상화된 폼으로 신중하게 여러 모로 생각하고 나서 이를 물질로 구체화하는 디자인의 원칙으로 실현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