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어항에 아직도 금붕어가...
김덕중 지음 / 아침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깨진 어항에 아직도 금붕어가…」에 대한 서평

 

이 책은 세화김덕중 작가가의 소설로 근래에 보기 드문 감동을 받았다고 생각 되는 책이다.

방앗간 집 두 자매가 겪는 혹독한 삶이 그려진 내용으로서, 방앗간 집에 우연히 들어온 머슴으로부터 일어나게 되는 사건들이 너무나 리얼하게 전개되어, 한번 책을 잡으니 손에서 놓아지지가 않는 그런 소설이었다.

주인은 머슴으로 들어온 떠돌이 덕배를 데릴사위로 맞아 한집에 살게 된다. 덕배는 어려서 어머니가 이집 저집에서 일해주고 얻어먹는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집을 잃어버리고 남의 집 고공살이로 겨우 밥이나 얻어먹으며 성장했던 터라 동물처럼 본능 외에 인간관계형성을 전혀 할 줄 모른다. 그런 그가 이제는 방앗간집사위가 되어 어엿한 주인 노릇을 하게 되는데 주객이 전도되어 주인이 병이 들었지만 덕배의 허락 없이는 진맥조차도 받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뜨고 만다.

덕배는 학생인 처제를 겁탈하게 되고 집안이 발칵 뒤집힌다. 아내 명숙은 돈을 벌어 우리가 이 집을 나가자며 아직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동생 인숙과 어머니에게 두 아이들을 맡기고 집을 나간다.

인숙은 언니가 가방을 들고 나가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방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두 아이들을 본다, 작은 아이는 이제 겨우 돌이 지났고 큰 아이는 다섯 살이다. 그리고 설핏 잠이 들려는 비몽사몽에서 두 아이들이 거지가 되어 손을 잡고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고 인숙은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안 돼! 내가 키울 거야.”

학교를 자퇴한 인숙은 충격으로 쓰러져 중풍에 걸린 어머니와 두 아이를 보살피면서 밤에는 등에 날카로운 칼을 깔고 자는 생활이 시작 된다. 어느 날 또 다시 덕배는 처제를 덮치려다가 하초에 칼침을 맞게 되고 평생 성불구자로 살아간다.

한편 생전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명숙은 너무 긴장한 탓에 기차 안에서 광란을 일으키는데 마침 곁에 앉아 있는 초로의 의원에게 침을 맞고 회복한다. 외로운 그녀는 자기 신세를 아버지 같은 영감에게 털어 놓게 되고 영감은 명숙이 너무 안쓰러워 부모마음으로 돌보아 주는데 영감에게 자식이 없음을 알게 된 명숙은 영감에게 자식을 낳아 준다. 그리고 세상하고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영감을 사랑한다. 씨받이라는 오욕조차도 덮어 버린 사랑의 너울은 어린 자식들과 상처투성인 동생 그리고 늙은 어머니도 덮어버리고 사랑의 도가니에서 안주한다.

언니의 행적을 알 수 없는 인숙은 두 아이를 키우고 병든 어머니 초상을 치르면서 언니의 소식을 기다린다. 하초에 칼침을 맞은 덕배는 죽기 살기로 일에만 매달리는데 이제야 온전한 주인과 머슴으로 돌아와 있다.

경제가 산업화 되면서 방앗간을 팔고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인숙은 전출 신고를 하다가 언니가 아직 처녀로 되어있고 아이들은 출생신고조차 되어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으나 취학통지서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 출생 신고를 하기 위해서 인숙은 소식 없는 언니대행으로 덕배와 혼인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고 돌아오는 길에 들판에서 세상을 버릴 것처럼 처절한 통곡을 한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족쇄를 차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 담임선생이 가정방문을 하던 날 그가 한창 꽃구름 같은 학창시절 핑크빛 편지를 보내던 여드름 많은 남학생이었음을 알게 되고 인숙의 가슴은 온통 반란을 일으킨다. 담임인 김정남은 우연히 학적부를 뒤지다가 박인숙이라는 꿈에도 잊지 못하는 흔한 이름을 보게 되고 일부러 가정 방문 핑계를 대고 찾아 온 것인데 그토록 처참한 현실을 살고 있는 여자가 바로 그토록 찾던 여자임을 알게 된 정남은 모든 사실을 털어 놓는 인숙을 부둥켜안은 채 고통을 씹는다. 두 사람은 그 여름이 다 가도록 밤마다 만나는데 인숙은 그와 함께 있으면 머슴이던 형부에게 겁간을 당한 수치심조차도 망각할 만큼 편안했다.

깨진 어항에 아직도 금붕어가 있었다니,’

몸은 이미 더렵혀지고 족쇄까지 채워졌으나 가슴에는 분홍빛 사랑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이룰 수 없고 정남이 발령 나던 날 인숙은 스스로 몸을 열어 가슴에 있는 분홍빛 사랑을 전해준다. 그 사랑은 열매가 되었고 인숙은 혼자서 정남이의 분신을 낳는다. 그 아이 또한 어쩔 수 없이 덕배의 호적에 올려 키우지만 그러나 지금쯤 좋은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있을 정남을 그녀는 영원히 가슴속에 보석처럼 간직한다.

일밖에 모르는 덕배가 번 돈으로 인숙이 여기저기에 땅을 조금씩 사 놓은 것이 개발이 되어 거부가 되고 덕배는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일찍 병이 들어 죽는다. 인숙은 의사로부터 덕배가 여태 성불구자로 살았다는 것을 듣게 되고 처음으로 그를 위해 울어 준다. 그리고 온전히 용서해서 보낸다. 그녀에게 남아있던 상처도 훌훌 날려 보낸다.

이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 두 아이들은 이제 완연한 성인으로 사회의 아름다운 꽃이 되어 있다. 이쯤해서 아이들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인숙은 자기가 이모라는 사실을 얘기 해 준다. 발바닥이 땅에 닿기도 전에 어미에게 버림받았던 작은 아이 민희는 하루아침에 엄마가 이모로 바뀌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러나 이모의 한결같은 사랑에 민희는 다시 정상생활로 돌아오게 되고 큰 아이 민식은 이모 몰래 담임선생님을 수소문하고다니더니 아직까지 미혼으로 섬 오지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선생님을 찾아 나선다.

정남은 뒤 늦게 제자인 민식으로 부터 이 세상에 자신의 분신이 있음을 알게 되고 파도소리에 섞인 그의 울음소리가 검은 바다에 묻힌다.

이제 인숙에게 족쇄가 풀렸으니 정남은 잃었던 사랑을 되찾으려 하나 이제 인숙은 세 아이가 딸린 과부라는 오랏줄이 몸에 구렁이처럼 감겨져 있다. 결국 길길이 뛰는 노모의 반대와 교육자로서 세간의 이목을 무시한 정남은 인숙이 아파트로 옮겨와 죽음 같던 세월을 보상받는 생활을 시작한다.

정남에게 이제 한 가지 숙제가 남아 있었다. 고향에서는 명숙이 남편과 자식 다 버리고 정부 따라 집나간 화냥년이 되어 있고 시댁에서는 인숙이 남편과 살면서 정부의 자식을 낳은 화냥년이 되어 있다. 두 자매에게 씌워진 더러운 오명을 벗겨주는 것이 그의 숙제다. 그는 아내의 자서전을 쓰게 되고 출판된 책을 아내의 손에 쥐어 주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어 당황하는 아내에게 정남은 한 페이지를 펼쳐 보여준다.

거기에는 방아피대에 가랑이가 걸려 성불구자가 된 덕배는 밤낮으로 아내 명숙이를 폭행 하는 버릇이 생겼고 어느 날 살의에 가까운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명숙이 집을 뛰쳐나가는 것으로 씌어 있다. 어머니는 날마다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딸을 보는 충격으로 쓰러지고 그때 열아홉 살인 그녀 앞에는 나무토막 같은 어머니와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 그리고 네 돌이 지난 어린 두 조카가 그녀의 발목을 족쇄처럼 걸고 있었다고 씌어 있다. 아내의 치욕을 드러내지 않고 성스럽게 승화시키는 남편, 그녀는 생각한다.

- 이 남자에게 밟힌다면 나는 벌레가 되어도 좋으리라는 인숙의 그 사랑.... -

 

깊고도 아픈 사랑의 결정체, 사랑의 힘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아플 수 있다. 아픈 사랑을 치유했을 때 더욱 값지고 아름다운 결정체가 남는다는 것을 요즘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단숨에 이책을 읽었다.

사랑을 재물과 명예를 쫒는 미끼쯤으로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 쓸쓸할 때가 많다. 사랑이 완성되기까지의 아픔과 치유가 가슴을 울리는 이 책을 나와 같은 중 장년 노년층이 모두 읽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가지 아쉽다면 간지에 있는 그림들이 흑백인 것이 애석하다. 제대로 색상이 있었다면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