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알레르기 - 제3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시부문 수상작
추수진 지음, 가애(정가애) 그림 / 보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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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알레르기> 추수진 글/가애 그림, 2021, 보림

어른이 되면서 그런 나를 어디엔가 숨겨 두고 깜박 잊고 있었어.
그러다 동시를 만난 거야.
새콤달콤한 동시를 꿀꺽, 먹고 나니
감겨 있던 내 동심의 눈이 반짝 떠진 거야.
잊고 있었던 숨은 나를 찾았지.
숨은 너를 보았지.
나를, 그리고 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책 알레르기, 시인의 말

책 알레르기는 55편의 동시로 이루어진 동시집이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장에서 읽을 수 있는 시인의 말까지, 책에는 온통 동심을 자극하는 문구들로 가득하다. 싱그러운 동시의 매력 속에 푹 빠져들기 전, 표지를 잠깐 살펴보면 왼쪽 상단에 ‘목일신아동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조그마한 문구가 들어온다. 제 3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작이라니,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던 것 같다. 페이지를 넘겨 동시집의 목차를 살펴보면 제 1부 초록을 되찾는 비법, 제 2부 수줍은 달팽이, 제 3부 공도 쓰러진다, 제 4부 별똥별과 소원 백 개라는 제목들이 있다. 그 아래에도 다양한 동시 제목들이 차례로 적혀져 있다. 하나하나 눈에 담다 보니 키위새, 청개구리, 잎 등 자연과 관련된 동시들과 책알레르기, 변명, 시험공부 등 일상과 관련된 동시들이 보였다. 동시의 주제가 자연과 일상으로 나누어져 각 장마다 적절하게 섞여 있으니 꼭 자연과 일상의 조화로움이 느껴지는 듯 해 읽기 좋았다. 자연이라고 해서 식물에 한정된 것도 아니었고 일상이라고 해서 학교라는 장소에 제한을 둔 것도 아니었다. 여러가지 소재들을 한계 없이 자유자재로 다루는 시인의 능숙함에 놀라며 동시를 감상했다. 또 시들이 하나같이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주어 동시의 매력을 끊임없이 전달해 주었다. 어른들이었다면 또 다르게 바라봤을 요소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보며 문장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어른이 되어 동시집을 읽었더니 그 따뜻함에 굳어버린 뇌와 마음이 녹아 잠시나마 말랑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가 전해주는 동심의 힘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게해준 동시집이라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제목: 책 알레르기

나는 책만 보면 재채기가 나
한 줄 읽고 재채기 한 번
또 한 줄 읽고 재채기 한 번

아주 심각한 병이지
바로 책 알레르기야

그런데 이 분야 전문가라는
우리 선생님이 처방을 내려 주셨어

책 알레르기가 없는 엄마가
저녁마다 책을 읽어 주라는 거야

그런데 엄마는 책을 들더니
한 줄 읽고 하품 한 번
또 한 줄 읽고 하품 한 번

혹시, 엄마도?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동시는 제목으로 낙점된 책 알레르기라는 동시이다. 이 동시집에 수록된 시들이 다들 그렇듯이 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내 어린 시절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그 중에서도 책 알레르기는 어쩌면, 정말 어쩌면 잊어버린 내 기억 속에 나 또한 이런 생각을 했었을지도 모른다는 귀여운 착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책 알레르기에는 이처럼 사랑스러움이 가득 묻어나는 동시들로 가득하다. 자세히 읽다보면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도 쉽게 느껴진다. 1부를 읽다보면 녹음이 짙은 곳에 있는 것 같다가도 3부를 읽다보면 노란 은행나무 밑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4부를 읽어나갈 땐 어느새 한겨울이 되어 눈밭에서 뒹굴고 있는 모습이 상상됐다. 자연과 일상을 노래하는 동시들 사이사이에 계절감이 강한 제목들이 하나씩 보여서 그런지 동시를 읽으며 문득문득 그런 배경을 상상하게 되었다. 상상력을 돕는데는 또 그림만한 것이 없다. 동시와 함께 그려진 그림 일러스트는 마치 종이를 자르고 모양을 내어 붙인 듯한 느낌을 준다. 독특하고 참신한 표현 방식이 시선을 끌었다. 시와 어울리는 색감과 그림으로 동시의 세상을 새롭게 보여주어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동시와 그림이 잘 어울려 더 좋았던 기억이 난다. 단순히 좋았다 그 이상의 뭉클함이 마음 한구석을 쿡쿡 찔러댔다. 시인의 말처럼 동시를 매일 먹어야 하는 사람은 어른일지도 모른다. 주기적인 동시 섭취가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 되었다. 동심의 눈을 반짝 뜰 수 있게 해주는 동시집이 텅 빈 마음에 사랑을 채워주고, 얕았던 생각을 한층 깊이 있게 만들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 말이다.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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