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가 있어야 나는 하루가 흐르고, 중첩된 하루하루가 무어세계가 된다는 걸 안다. 시간이 흐르는 건 축복이었다. 나에게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것은 오로지 그녀뿐이었다. 아침에 맞닥뜨린 그녀의 얼굴에서 나는 어제와 오늘 사이의간극이 삼백십오만 년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낀다. 매시 매분마다 나날이 늙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녀의 살갖, 태초에붉은색으로 태어났다가 시간과 함께 점차 옅어졌다가 종내는 시커멓게 변해버린 살갖. 그것이야말로 시간이 핀 호수인 동시에다량의 시간이 만든 그림자였다. 나는 시간과 더불어 흘러가고,
그리하여 내 몸이 늙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그렇게 일 년이 지나 내가 리가는 걸 보면서 얻는 위안, 나는 그 위안 덕분에 산다고 해과장이 아니다. 내게 그런 위안을 주는 것은 나날이 더 리 고 있는 늙은 그녀이다. 그녀의 월경을 참을 수 없는 시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월경은 죽음의 징후가 아니라 삶에 내아니라 삶에 대한 악착같은 집착일 거였다.

- 아오이가든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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