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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ㅣ 다시 읽고 싶은 명작 2
엔도 슈사쿠 지음, 김윤성 옮김 / 바오로딸 / 2009년 1월
평점 :
세상을 살다보면 '신이 존재한다면 이럴 수 있는가?'라고 묻게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죄없는 이의 죽음, 신심깊은이의 불의한 죽음, 전쟁, 고통......
불의한 상황을 직면하면서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신이 있다면 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가?'를 강하게 묻곤한다.
자신을 믿는다는 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신이 과연 절대자인가?
그런 이를 위해 목숨을 버린 이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것인가?
나는 가톨릭 신자다.
신을 믿는 사람이다. 순교를 숭고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선시대때 천주교를 믿으며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소설에서 그려진 상황은 성직자 한명의 목숨이 아닌 그 한명의 입에 달려있는 수많은 목숨이었다.
신의 명령에 따라 인간영혼의 구원을 위해 인생을 바친 그들이 자신들이 맡은 신자들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200년 가까이 되는 길고도 혹독한 박해시기, 그리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한 박해자들의 방법은 신앞에서 엄숙하게 맹세한 내용마저 뿌리채 흔들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신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신은 고통받는 인간 안에 존재한다. 그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 그러나 그는 침묵한다.
신이 개입하는 순간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인 자유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유는 가장 귀한 선물이다. 인간은 그 선물로 인해 그 선물을 준 신을 부정할 수도 있다.
세상이 부조리해 보이는 것은 신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신이 자신들에게 준 선물인 자유를 통해 선택한 결과이다.
나는 선택할 수 있다.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맏길 것인지 아니면 내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거슬러 갈 것인지를 말이다. 그것이 신이 침묵하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