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0 : 용궁에 다녀온 토끼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0
황석영 지음, 홍원표 그림 / 아이휴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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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0권에는
용궁에 다녀온 토끼
단 하나의 이야기만 실려 있어요.

하나의 이야기만 실려있는 것을 봤을 때부터
'이 책은 묘사가 정말 실감나겠구나'
감이 딱 왔답니다!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
민담을 기록한 것이라
사실보다는 과장과 허구가 많이 섞인 이야기예요.
그런데 용궁에 다녀온 토끼 이야기는
조선 시대 배경에
실존했던 허 의원이 등장합니다.
읽으면서
'어? 진짜 있었던 일인가?'
생각하게 되는 구체적 배경 제시였어요.



토끼의 간을 가지러 갈 신하를 뽑는 자리에서
자라가 자신을 어필하는 대사,
용궁의 화공이 토끼 그림을 그리며
토끼 생김새를 묘사하는 글은
읽는 재미가 탁월했어요.

어쩜 저리 재미나게 표현했는지
말이 입에 쫙쫙 붙으면서
저절로 리듬이 타지더라고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어적인 표현이
잘 나타난 것 같아요.



또 읽으면서 감탄했던 부분이
땅 위 세상의 봄을 묘사한 부분!
글을 읽는데
머릿속에 봄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더라고요.
토끼가 호랑이를 만났을 때의 상황을
묘사한 부분도
표현력이 정말 뛰어나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을 읽으며
'소설가가 쓴 책이 맞구나!'
다시 한번 감탄했답니다.

우리 아이도 이런 책을 많이 읽고
미사여구를 풍부하게 사용해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



토끼가 산 채로 배를 가르고
간이 꺼내질 위기에 처했을 때
간을 내놓고 다닌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용왕님이 믿도록 만든
그 재치와 패기도
다시 감탄하며 보았어요.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속담이
정말 이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답니다.



결국 거짓말로 위기를 탈출한 토끼가
자라에게
"너 또한 나를 속였으니 피장파장이다!" 외칠 때는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독서를 많이 하다 보면
어휘력과 문해력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데,
새로운 단어를 더 많이 접할 수 있고
그 의미를 문맥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피장파장'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낫고 못함이 없음.
상대편과 같은 행동을 하여
서로 같은 처지나 경우가 됨을 이른다.'에요.
한 번 듣고는 기억하기 어렵겠죠?

하지만 용궁에 다녀온 토끼를 읽으며
자라도 거짓말로 토끼를 속였고,
토끼도 거짓말로 자라를 속인 상황을
'피장파장'이라고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답니다.



용궁에 다녀온 토끼 책을 다 읽고 나서
자라와 토끼 중 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아이와 토론해 보았어요.

우선 제 의견은 '자라가 더 나쁘다'였어요.
애초에 토끼 배를 갈라 간을 꺼내기 위해
거짓말로 꾀어냈으니
지금으로 치면 진짜 나쁜 유괴범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의 의견은 달랐어요.
토끼가 더 나쁘대요.
자라가 토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용왕님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토끼는 자기 혼자 살기 위해
거짓말을 했으니까 더 나쁘대요.

늘 엄마 말을 따르던 아이였는데
이렇게 이유를 들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어요.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만의 주관도 생겼고,
생각주머니도 커졌다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앞으로도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처럼
긴 이야기를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열심히 길러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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