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K가 사는 법 -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김택규 지음 / 더라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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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번역가들이 내는 책은 일반적으로 번역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책과 

번역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가벼운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책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껏 번역가들이 쓴 많은 책을 읽어 봤지만, 

이렇게까지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은 처음이었다. 

사실 구체적인 번역 단가나 번역 업계의 실태 등에 대해서는 

친분이 없는 후배 번역가나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선뜻 털어놓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중국어 번역 업계의 어려운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획자와 중계인 역할까지 하며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생생히 전달한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해도 되나 싶을 만큼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서문과 본문 몇 페이지만 제공되는 미리보기만으로는 

절대로 이 책을 판단할 수 없다. 

분량만 놓고 보자면 번역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경험을 이야기한 1부가 

기획을 주제로 한 2부와 번역 요령 등을 다룬 3부를 합친 것보다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의 핵심은 2부라고 생각한다. 


기획은 번역가의 영업 수단이고, 

기획에 대한 노하우는 '영업 비법'이다. 

그래서 다른 책을 보더라도 기본적인 '기획서 작성법' 외에 다른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영업 비법과 자신의 경험담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 어디 가서 듣기 힘들다. 

나는 4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2부의 내용만으로도 이 책을 구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초반에는 번역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생각과 직설적인 어조에 

살짝 거부감이 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2부, 3부를 읽으면서 번역에 대한 저자의 신념과 열정, 끊임없는 노력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번역가 K의 눈물겨우면서도 통쾌한 생존기는 

번역가 지망생뿐만 아니라 불안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준다."


정말 그렇다.

나는 중국 인문학, 그중에서도 문학을 주로 번역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를 각오해야 했다. 우선 ‘전업 번역가‘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중략) 나는 빚만 잔뜩 떠안고 패잔병처럼 다시 교편을 잡아야 했으며 "번역가로 계속 일하려면 반드시 번역 외의 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모순을 실감했다.(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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