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로버트 E. 쿼크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체 게바라의 전기와 일기 등 여러 책들이 번역 출판되었지만, 그의 정치적 동료였던 카스트로에 대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체로 책을 고를 때는 목차도 보고, 미디어 리뷰도 대강 훑어본다. 이번에는, 잘 모르는 책을 선택 할 때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는 중요한 경험을 얻게 되었다. 언듯 본 미디어 리뷰를 통해서, 저자가 역사학자이며, 피델 카스트로의 전기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쿠바 50년의 역사와 함께 카스트로의 행적을 보여 주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실제 책의 내용은 미국의 사회학자 밀즈가 쓴 <<들어라 양키들아>>의 노선에 정반대되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에 입각하여 서술된 책으로 철저히 반카스트로 노선을 펴고있다. 아차하고, 미디어 리뷰 전체를 보니, 어떤 신문은 이 책의 편파성을 적절히 제시하고 있었다.

한국어로 처음 번역되는 책이 하필이면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책이었다니! 역사에 관심을 가진 미국인들의 경우에는 카스트로의 정치행각에 찬반을 보내는 2가지 종류의 저서들, 또 중립적인 저서 가운데서 마음대로 선택하겠지만 아직 번역사업이 활발치 않은 우리의 경우, 선택에는 제한이 많이 따른다. 물론 리뷰를 하는 이들도 자신들의 안목에서 하는 것이지만, 그 리뷰를 보는 사람들도 좀 생각해 줬으면 한다. 우리의 도서 리뷰는 대체로 칭찬 일변도이다. 광고에나 실림직한 글들을 리뷰에서 흔히 볼 수가 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풍토에 독서를 장려하려는 충정은 이해가 가지만, 특히 책을 직접 보지 않고 도서를 구입하는 인터넷 서점에 오르는 리뷰들은 이 점을 고려하는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전기로서는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약 50년 동안 정치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 인물의 지난 50년의 삶이 좌충우돌한 블랙 코미디와 같은 삶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공산주의를 싫어하든, 카스트로를 싫어하든, 조국 미국에 대한 애정이 넘치든, 쿠바 인민이 불쌍하든, 누구도 그를 탓할 수 없다. 다만 모든 쿠바 인민들이 독재자 카스트로의 발밑에서 신음한다며, 카스트로의 정치적 술수를 거부하지도 못하는 쿠바 인민이라는 논조를 행간에 깔고 있는 것은 이해 할 수가 없다. 때로는 지극히 미시적인 카스트로의 심리를 읽으며, 때로는 국제정치의 거시구조적인 리듬을 나열하여, 오늘날 역사 서술에 있어서 서술의 방법에 관한 논의조차 무색케 하고 있다.

저자의 서문에는 다른 사람의 강의를 맡게 되고, 그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공부한 것이 계기가 되어, 10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미국대학에서 아직도 오리엔탈리즘이, 여전히 WASP의 이데올로기가 여전하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참 이책의 미국내 출판은 최근이 아니다. 번역 출판사는 저자와 한국어판 출판 교섭 과정에서 저자의 지금의 생각을 한국어판 서문으로 받았으면 독자들께 훌륭한 선물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악평도 하나의 광고로 작용하는 세태이기에, 서평이 이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리게 하는데 일조할까봐,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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