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무크지 판매까진 몰라도 앱푸시 알람 홍보까지 보내시는 건 조금 불편합니다.
저는 그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책장 안에 사는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죠. 전 그 애를 케이티 모리스라고 불렀고 우린굉장히 친했어요. 한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일요일에는 더 했고요. 전 그 애한테 모든 걸 숨김없이 말했어요. 케이트는 내 삶의 위로였고 위안이었어요. 우린 책장이 마법에 걸렸다고 상상했어요. 제가 주문만 알면 샘과 도자기를 올려 둔 선반이 아니라 케이티 모리스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케이티 모리스가 제 손을 잡고 꽃과 햇빛과 요정들이 가득한 멋진 곳으로 데려가는 거죠. 거기서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해먼드 아주머니 댁으로갈 땐 케이티 모리스와 헤어져야 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케이티 모리스도 같은 마음이었고요. 어떻게 아냐면, 책장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작별의 입맞춤을 할 때 .그 애도 울고 있었거든요. 해먼드 아주머니 댁에는 책장이 없었어요. 하지만 집에서 강을 따라 조금 위로 올라가면 작고 푸른 긴 골짜기가 있었는데, 거기에 정말 멋진 메아리가 살았어요. 별로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내가 하는 말이 그대로 되돌아왔어요. 그래서 전 그게 비올레타라고 상상했죠.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고, 전 케이티 모리스만큼 비올레타를 사랑했어요. 완전히 그만큼은 아니었고 비슷하게 말이에요. 고아원에 가기 전날 밤, 전 비올레타에게 ‘안녕‘ 하고 작별 인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아아, 비올레타가 ‘안 녕‘이라고 대답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너무나 슬펐어요.
"넌 그냥 초록 지붕 집의 앤이야. 내가 코딜리어 아가씨라고 상상할 때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인 네가 보여. 하지만 집 없는 앤보다 초록 지붕 집의 앤이 백만 배는 더 좋지 않니?"
"저는 아주머니가 싫어요. 아주머니 같은 사람 싫어요.싫어요. 싫다고요!" 증오에 못 이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올 때마다 발을 구르는 소리도 점점 커졌다."깡마르고 못생겼다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하세료? 주근깨가 많고 머리가 빨갛다니요? 아주머니는 예의 없고 무례하고 인정도 없는 사람이에요!"..."어떻게 제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죠? 아주머니라면 좋으시겠어요? 뚱뚱하고 둔하고 상상력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다는 말을 들으면 좋으시 겠냐 고요! 이런 말 때문에 아주머니 기분이 상했대도 전 상관 안 해요! 아주머니 기분이 상했으면 좋겠어요. 아주머니는 주정뱅이 토머스 아저씨보다 더 큰 상처를 제게 주셨어요. 전 아주머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 절대로!"
"왜 이리 답답한가. 가슴에다 맷돌을 얹어놓은 것 같다." 들어주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맷돌을 가슴에 얹어놨다기보다 아까 자리 속에서 느낀 그것, 끈적끈적하고 물컹물컹한 것, 문어 다리가 목과 양쪽 손목에 휘감기어 흡반 이 피를 빨아대는 것처럼 죄어드는 느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오늘날 서구의 많은 나라와 일본에서는 일주일에 7일, 완전히 일에 소비되는 삶을 사는 방향으로 슬금슬금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확실히 아니지만, 나머지 모든 나라의 사람들은 바쁘다. 설사 바쁘지 않다고 해도 그 자신과 나머지 사람들에게 바쁘다는 믿음을 심어주느라 바쁘다. 우리는 헛간 안에 쭈그려앉아 씨 뿌리고 거두고 모으면서,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들판의 백합을 무시한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나머지 자유 시간까지 우리 대신 그 시간을 관리해줄 사람들을 두는 데 쓰는 경향이 점점 늘고 있다. 그만큼의 대가로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관광은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확실한 예이며, 그 저울에서문화적으로 척박한 다른 쪽 끝에는, 심지어 나르시시즘을 동방의 영원한 영적 지혜로 포장해 파는 요가를 넘어서, 헬스클럽이 있다. 믿기 힘든 현실이지만, 수억 명의 사람들이 자유 시간을 채우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기꺼이 펌프질을 하고,들어올리고, 끌고, 잡아당기기를 선택하면서, 리베카 솔닛이『걷기의 인문학』에서 "농장의 일상이 내용 없는 동작으로 재연" 된 짓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고약한 활동은 러닝머신임에 틀림없다. 죄수들이 발로 밟아 돌리던 쳇바퀴 위에서 걷거나 뛰기 위해 당신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허어, 그러나 저 씨꺼먼 마음보 때문에 제 망하는 걸 모르고 있으니 세상에 이치같이 절묘한 게 어디 있을라구, 밤하늘의 그 수많은 별들 운행같이 삼라만상이 이치에서 벗어나는 기란 없는 게야. 돌아갈 자리에 돌아가고 돌아올 자리에 돌아오고, 우리가 다만 못 믿는 것은 이르고 더디 오는 그 차이 때문이고 마음이 바쁜 때문이지. 뉘우침 말고는 악이란 결코 용서받을 순 없는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