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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공산당 평전 - 알려지지 않은 별, 역사가 된 사람들
최백순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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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밝혀두자면 나는 반공교육을 받지 않고 자란 20대 후반의 대학생이다. 우리 때는 어느 정도 역사교육 안에서 공산주의자들의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다루긴 했었다. 자세히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주요인물이나 주요조직에 대해서는 언급되었다.
처음 조선공산당 평전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는 흥미로움이 앞섰다. 우리 사회에서 반세기 넘게 금지되었던 역사가 아니던가. 역사 공부를 할 때 철저히 한쪽에 편파되어있는 시각으로 공부하는 것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는 조금 더 알고싶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폈을 때 느꼈던 것은 불친절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국사와 근현대사로 사탐시험을 쳤었고 둘 다 1등급을 맞았다. 지금 와선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국사능력시험도 1급을 가지고 있다. 세계사도 잘 알진 못해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대충 짐작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역사와 러시아역사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 백군과 적군이 뭔지는 알지만 몐셰비키와 볼셰비키의 차이는 잘 모르겠고 차르에 대항해서 혁명이 일어났다는 것은 알지만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설명도 각주도 없는 채로 당연히 알겠거니 하고 진행하면 독자로서는 난감하다. 물론 적극적인 독자는 찾아보며 읽겠지만 게으른 나로써는 문맥으로 짐작하며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지명이 많이 등장하는데 지도를 그려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여튼 세계사와 한국사에 대해 어느정도 사전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읽기 힘든 책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단 재미있다. 근현대사를 공부할 때 너무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사건나열들을 외우는데 지쳤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배웠던 내용들이 종합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각 사건들이 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각 인물들은 어째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알게되면서 역사지식들이 보다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예를 들어 자유시참변 얘기같은 경우에는 나는 러시아가 우리나라군인들에게 지원해준다고 약속해놓고 뒤통수 친 사건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게 우리나라 독립운동 각 파벌간의 대립과 거기에 대한 러시아의 어설픈 대처가 서로 합작해서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는 걸 알았을 때 마음이 씁쓸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어느쪽도 완벽한 체제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이다. 아니 어떤 이념도 완벽한 진리일 수 없기에 자신의 이념에 취해 '사람'을 잊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르크스의 이론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하려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또 가장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체제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론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거기 심취한 사람들과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끝없는 욕망이 결합되어서 낳은 결과 아니었을까. 그래서 한편으로 요즘 자유시장경제가 세상의 진리인 양 말하는 사람들이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사족이지만)
하지만 독립운동하는 사람들 중 공산주의를 택한 사람들에 대해서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제국주의의 수탈과 군주제국가의 부패와 무능력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공산주의의 이상에 빠져들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에서 각자 나름대로 자신과 민족과 나라를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싸운 결과 아니겠는가. 그 과정에서 일어난 대립과 분열이 아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어쩔 수 있었을까 싶다. 자신이 알고 있던 구시대는 무너지고 모든 것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던 불안한 시대, 온갖 이념들과 각 국가들, 민족들간의 전쟁이 터져나왔던 시대에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행동하기 위해서는 완고해져야 했을지도.
물론 공산주의에 대해서 나는 어떤 환상도 없다. 가진 목표나 이상만 아름다웠을뿐 실제로 시행되었을 때 어떤 끝으로 달려가게 되는지 역사가 증명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시대 앞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가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고 공산당에 대해서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것은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4.5점을 주고 싶었는데 따로 없어서 4점을 주었다. 0.5점을 뺀 이유는 처음 말한대로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역사적 지식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잘 읽혀질 수 있도록 책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거기 더하여 작가소개나 추천글에 현재의 진보정당의 시작이 조선공산당이라는 뉘앙스나 촛불항쟁과 조선공산당 평전을 나란히 놓고 비유하는 건 불편했다. 나도 촛불집회 나갔었고 진보정당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사람이지만 공산주의와 연결된다는 생각은 좀 불편하다. (개인적인 느낌이다) 작가님 의도하신바가 그랬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읽히고 싶으셨다면 우리만의 리그 느낌은 좀 지양하시는 게 낫지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


<이 글은 서해문집에서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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