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카라디브카, 마법의 언간독 특서 어린이문학 7
정명섭 지음, 불곰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깨어나 보니 1937년?

여성에게 아무것도 주워지지 않았던 일제강점기의 아픈 기억을, 주인공 주희와 주희의 증조할머니를 연결시키는 끈이자, 독립운동을 한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증조할머니의 유품, '언간독'을 통해 시대의 비참함과 억울함을 풀어놓은 역사동화책이 특서주니어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언간독은 실제 정명섭 작가 외할머니의 유품이라고 하는데요, 야학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문 밖에서 공부를 하셨던 할머니를 기특하게 여긴 야학 선생님이 준 선물이라고 합니다.

100년이 넘은 할머니의 유품을 통해 작가는 주희를 만들어내고, 주희를 통해 차별에 맞서 싸워 오늘의 우리를 우리답게 살게 해 준 분들의 희생을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주희가 1937년으로 타임슬립하게되서 그 시절 증조할머니를 만나게되는 이야기로, 일제강점기 가난해서, 여자라서, 식민지이기에 한글을 배우는 것도 제한되던 시절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내용이라 학생들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듯 합니다.

언간독은 언문(한글)간독(편지)의 줄임말로 편지 쓰는 법을 본 떠서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단어입니다. 이런 것이 독서의 유익이지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작가의 말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묻습니다. 왜 역사를 좋아하느냐고 말이죠. 제가 역사를 좋아하는 건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만 해도 사람은 평등하지 못했고, 민족이나 피부, 종교에 따른 차별이 일상화되어 있었습니다. (...) 불과 100년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 바뀐 것은 누군가의 저항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에게 인권을 보장해야 하고, 차별은 범죄이며, 전쟁은 사악하다는 걸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알렸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고 행복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권리와 행복이 어디서 왔는 지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자유와 평화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p.178~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 인간도 로봇처럼 구형과 신식으로 나뉜다면, 보호할 인간과 보호할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나누겠지. 대체 그럴 누가 결정하는 건데?" (본문에서)

가우디 같은 건축가를 꿈꾸는 중2 소년 '인류'와 학대 받았던 구형 로봇 '미래'의 이야기를 만나보았습니다.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김영리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관이 담긴 청소년 SF소설을 가지고 독자들을 찾아 왔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맞닥뜨리게 될 세상을 미리 들여다보고 온 듯, 작가는 로봇과 유전자 조합이 보편화된 미래 시대에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문제와 소외된 이들을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어린 로봇을 학대하는 것은 아동 학대에 해당하는가? 유전자 조합은 자연 법칙에 위배된 것인가? 시대에 뒤처진 ‘구형’은 퇴출 되어야 하는가? 청소년SF 소설을 통해 던지는 질문들이 시대를 날카롭게 관통하는 듯 합니다.

유전자 조합 인간이 주류가 된 세상에서 아무런 조합 없이 태어난 ‘인류’, 최신형 로봇과 안드로이드가 쏟아지는 와중 퇴출 위기에 처한 구형 로봇 ‘미래’. 로봇을 싫어하는 소년과 제멋대로인 로봇의 첫 만남은 그다지 화기애애하지 않지만, '구형'이라는 심리적 동질감과 같은 목표가 생기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인류'와 '미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구형’들의 저항을 응원하게 되고, 소외된 이들이 서로 연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입증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때로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존재 자체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소외된 ‘구형’들이 세상에 외치는 특별한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가슴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나는 선택할 수 있다. 나의 세계관을 증명하거나, 잘못된 세계와 싸우거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SNS와 대중 매체가 실체 없는 사랑의 이미지를 전시하는 사이, 우리는 평등하고 진실한 관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랑과 행복을 다투듯이 과시하는 모습은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사람들이 사랑을 다투듯 과시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주류 심리학은 왜 문제의 진짜 원인을 은폐하는가?
진짜 사랑은 왜 필연적으로 사회개혁을 향하는가?

파편화된 개인들의 무한경쟁시대를 향해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이 던지는 진취적인 질문은 필요에 따라 상대를 이용하는 도구적 사랑인 가짜 사랑으로 인간 소외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짜 사랑의 유형과 그 폐해를 낱낱이 분석하며 진정한 사랑을 막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보통 개인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며,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역시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곤 하는데, 실제로 주류 심리학에서는 사랑의 실패를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나 정신 병리 탓으로 돌립니다. 그러나 이는 사회라는 근본적 원인을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상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능력을 함양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존 경쟁이 극에 달해, 사람들은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짜 사랑의 진짜 이유는 이러한 불안이 초래하는 이기주의와 공동체 붕괴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사회문제 해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전작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와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 심리 문제와 한국 사회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주류 심리학의 한계를 비판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사랑’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합니다. 1부 ‘진짜 사랑을 잊어버린 한국 사회’에서는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가짜 사랑의 면면을 살펴보며 그 폐해를 제시합니다. 이어서 2부 ‘주류 심리학은 왜 문제의 원인을 은폐하는가’에선 본격적으로 가짜 사랑의 유형과 원인을 분석하며, 주류 심리학이 왜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진짜 원인을 숨기려 하는지 알아봅니다. 마지막으로 3부 ‘진짜 사랑은 왜 사회개혁을 향하는가’에서는 진짜 사랑의 의의를 해설하고 진정한 사랑이 왜 사회개혁의 원동력이 되는 지를 살펴봅니다.

각자도생 사회가 부추기는 불안과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왜 사회가 건강해야 하는 지를 날카롭게 진단하며, 계산기 두드리며 이것저것 재는 사랑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하면서 살기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다정한 위로를 전하며, 사랑이 충만한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는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맨날 놀고 싶어 - 풍차 지킴이 쏠의 모험 특서 어린이문학 5
조미형 지음, 윤다은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뽀롱 뽀롱 뽀롱 뽀로로


귀에 쏘~옥 들어오는 어린이들의 뽀통령 오프닝 노래입니다. 그렇지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노는 게 제일 좋은 거 맞습니다. 


여기 그런 친구가 있습니다. 숲 속을 누비며 노는 것이 제일 좋았던 날다람쥐 쏠은 숲 속 친구들이 겨울을 준비하는 것을 방해하고, 장난을 치면서 나무 사이를 신나게 날아 다닙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밤, 쏠의 집이 화재로 다 타버리게 되고, 놀리기만 했던 친구들이 자신을 구해준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풍차지킴이 일을 맡게 됩니다.


무언가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입니다. 지킴이 일을 하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제 혼자가 아닌 '함께'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는 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고 배려하며 협력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배워봅니다. 


혼자는 심심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 재미나지요.

가끔 티격태격 할 때도 있지만

친구들이 있어 즐겁고 행복합니다.

'함께'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조미형작가의 초대에 여러분도 응해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설게 보는 세상

정말 낯설게 다가오는 단편 이야기들입니다. 기존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단어나 전개면에서 기괴하고 불편한 구성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드는 정보라 작가만의 독특한 서술로 다가옵니다.

'어, 이런 상황도 있을 수 있겠네', '그래 이렇게 생각할 수 도 있겠다', '헉, 정말 섬뜩하네' 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이지만 괴기한 이야기들의 매력 속으로 빨려들어간 시간이었습니다.

표제목인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를 비롯해 총 10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책은 저다마의 재미와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폭력에 길들여지며 이에 중독되어 가는 자와, 도덕적, 윤리적으로 바르지 않은 것임을 알면서도 이끌려가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광기를 다룬 '감염', 이발관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룬 '리발관의 괴이', 육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폭력에 가해지는 모습을 통해 파괴되어 가는 '내 친구 좀비', 갓난아이를 가슴에 묻은 미혼모의 마음을 다룬 '타인의 친절' 등.

아무튼 생경한 전개와 내용이 정보라 작가만의 세계를 구축한 듯 합니다. 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오를 정도니 앞으로 지켜볼 만 한 작가로 다가옵니다.

"내가 쓰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기괴하고 비일상적이다. 나는 기괴하고 비일상적이며 때로 부자연스러운 상황과 줄거리를 표현하기 위해 똑같이 기괴하고 비일상적이며 종종 부자연스러운 언어를 사용한다. 나는 매끄럽고 예쁜 문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이야기들이 매끄럽지도 예쁘지도 않기 때문이며, 내가 보는 세상이 전혀 매끄럽거나 예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