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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연인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글램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 멋진 하루의 원작 작가로 처음 알게 된 다이라 아즈코. 담백하면서도 개성 있는 문체가 마음에 쏙 들어,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를 은근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제목부터 궁금증을 폴폴 풍기는 책으로 돌아왔다.
B급 연인. 제목뿐 아니라 산뜻하고 개성 있는 표지도 마음에 딱 들었다.
그리고 책을 펼치기 시작한 순간, 다이라 아즈코가 만들어낸 잘난 듯 못난, 딱한 듯 매력 있는 캐릭터들에게 푹 빠져버렸다. 보통 단편집의 경우 띄엄띄엄 편한 대로 읽게 되는데, 한 호흡에 다 읽어버렸다.
첫 번째 단편이자 책 제목이기도 한 'B급 연인'에서부터 시니컬하면서도 통쾌한 유머코드의 다이라 아즈코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을 위너라고 믿는 루저 지로. 스스로를 'A급 선수'라고 믿고 있는 그의 자뻑 스토리를 듣고 있자니 선수는 커녕 'B급 어리바리'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져 나와서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도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신선한 스토리의 '고백의 달인', 게이 친구 '쿠니짱'의 이야기를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풀어낸 '사랑의 이자' 등에서는 단순한 글의 재미뿐만 아니라 작가의 절묘한 균형감각을 느낄 수 있다. 생생함 넘치는 리얼리티와 픽션이 주는 비일상적인 느낌을 맛깔나게 버무린 글이 역시나 취향 저격!!
다이라 아즈코의 매력 있는 문체를 그대로 옮겨온 자연스러움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고, 장황한 수식어나 자극적인 장치가 없이도 통통 튀는 리듬감이 느껴져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갔다.
트렌디함마저 느껴지는 이 글의 작가가 53년 생이라니! 마지막 순간까지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