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밥집 - 따뜻한 한 끼, 새로운 삶의 디딤돌
김현일 지음 / 죠이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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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넘어가고 밥도 넘어가고

(김현일 지음, 죠이북스, 2017)

김서은

 

삶이 무엇이냐에 대해 많은 대답이 있지만 먹고 사는 것만큼 단순명료한 설명은 없을 것이다. 사람인 이상 먹어야 살 수 있고 사람한테 가장 필요한 것 역시 밥이다. 그렇기에 배고픈 이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이웃사랑의 첫걸음이자 본질이다. 이 책은 이슬 맞으며 잠을 자는 나그네들과 밥을 나누어먹는 단순해 보이는 일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는 잔잔한 기적을 보여준다.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에게 전하려는 것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이 책의 저자가 처음 노숙인들에게 컵라면을 내밀던 순간을 잘 기억해야할 것이다. 배부름과 배고픔 사이의 거리를 간과한 채 불쑥 꼰대소리를 해댄다면 돌아오는 것은 욕지거리와 양식에 대한 모독뿐이다. 마음이 편해야 밥도 넘어가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주는 걸 받아먹는 법이다. ‘당신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와줄게요.’라는 말을 전하기 위한 일련의 친해지는과정은 노숙인들이 존엄한 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저자는 그 속에서 깨닫는 겸손과 평등의 의미를 담담히 제시해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망설이고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방법론적 지침서다. 저자는 노숙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동기, 미약했던 시작,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을 진솔하게 서술한다. 하나님이 맡기신 직무를 모른 체 할 수 없어 용돈을 탈탈 털어 샀던 컵라면 다섯 개와 약간의 밥은 오래지 않아 노숙인 700명의 식사를 제공하는 사역으로 발전한다. 현실적인 고민을 이웃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보며 사역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의미 있는 일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진짜로 사람들을 모았다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누구나에게 또 다른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단계마다 닥쳐오는 고민과 기도, 하나님의 채워주심 속에 나타나는 은혜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매력이다.

 

손에 착 감기는 가뿐한 책 표지, 무겁지 않게 넘어가는 페이지 속에서 마음속에 은은한 질문이 퍼져온다. 나 자신도 어떤 부분에서는 따뜻한 밥 한 끼가 간절한 나그네가 아닌지. 내 곁에는 어떤 배고픈 이웃이 있는지. 혹시 아는가? 이 책을 읽고 당신의 소명을 발견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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