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가든 2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권기태 지음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샌프란시스코에서 '박스 가든'을 본 적이 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크기의 박스에 모형 정원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하코니와가 나와서 박스 가든이 생각났다. 박스가든은 하코니와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인가.

 

나답게 산다는 건 무엇인가. 내가 내 뜻대로 산다는 건.

‘파라다이스 가든’은 이런 질문에 답하는 소설이다. 2권에선 이런 질문에 대한 김범오의 대답이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새로운 삶으로서의 수목원 풍경은 눈앞에 보여주는 듯이 생생하다. 자연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아주 탁월하다.

김범오는 건설사에서는 조직에 짓눌려서 원치도 않는 일을 강제 당하면서 살지만, 수목원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건설사에 맞서는 전략을 세우고, 힘껏 부딪히는 모습. 이것은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을 떠올리게 하는 당당함과 지혜로움이 보인다. 특히 강원도청에서 은행나무에 대해 특허 면장을 따내 오는 장면은 현실감과 뭉클하는 느낌을 주었다.

2권에서 살아나는 건 김범오와 더불어 원직수다. 젊은 시절의 상처가 드러나면서 그의 페르소나가 입체감을 띠는 것 같다. 그리고 그와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최동건이 숨진 배후와 수사 과정이 드러나면서 박진감이 넘친다. 보다 더 나를 끌어들인 건 마지막 6부인 ‘밤의 살육’이었다. 여기서부터 에필로그까지는 한 번에 다 읽었다.

두 권에 걸친 소설이지만, 김범오와 원직수를 중심에 두고 숱한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이 통일성을 가지고 전개되고 있다. 문장은 짧으면서도 문학적이며, 아름답다.

나는 이 소설이 내가 읽은 한국 소설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한다. 특히 5부의 끝 장, 김범오의 정신 세계가 매가 되어 날아가는 아침 풍경을 그린 장면이나, 김범오가 숲에서 발견하는 동물마다 시각 세계가 다른다는 사실은 놀라운 독서 체험이었다.

문학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그런 책이다. 뛰어나고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