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과는 없다 VivaVivo (비바비보) 46
김혜진 지음 / 뜨인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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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죽었다. 내 친구는 강제전학을 갔다. 소문은 익사체처럼 역겹게 불어났다. (p.34) 처음 책 소개를 봤을 때 왠지 답답한 전개, 찝찝한 결말로 끝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제목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 답답함과 찝찝함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내내 내 마음속에 있었다. 이 책의 주제인 '사과'도 그렇다.

 완벽한 사과는 없다.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맘 편해지는 그런 완벽한 건 없다. (p.160) 

 이 책을 읽으면서 사과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다. 나는 사과를 잘 못 하는 편이다. 내가 잘못했다고 느끼기 전까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과가 필요한, 사과가 해결해줄 일 앞에서도 그렇다. 찝찝하다. 먹는 사과도 그렇다. 먹기도 전에 푸석하고 텁텁할까봐 먹기 전부터 찝찝해진다.

 완벽한 사과는 없다는 어릴 때 부터 친하던 두 친구가 서로를 피노키오, 피노키오의 양심이자 '나'인 이지민을 지미니 크리켓이라 부르면서 시작된다. 피노키오라고 불렸던 신지호는 사고를 치곤 강제전학을 당해 사라져 버렸다. 그 뒤로 이지민의 귀에는 신지호에 관한 이상한 소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진실을 알려주려다 우연히 신지호에 관한 소문 속의 피해자라던 사람과 그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이지민이 신지호의 친구인 것을 모른다. 진실을 말하고 사과하지만 결국 이지민 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신지호도 나타나지 않았다. 피해자라던 친구는 이사를 가 버렸다.


그림자


 마음을 놓았다. 안심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들이 너무 생생해서. 지나간 일들을 그림자처럼 보이게 했다. (p.96) 빛을 등지면 그림자는 앞으로 진다. 빛을 향해 돌아서면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사라지는건 아니다. 그 기억들은 그림자처럼, 끝까지 우리 발 끝에 달라붙어 있을 것이다. (p.163) 

 그림자는 신지호, 빛은 우리하를 뜻하는 부분인 듯 했다. 빛을 등지고 섰을 때 신지호가 보였고, 그림자를 등지고 섰을 땐 우리하가 보였다. 다시 돌아섰을 때 그림자는 지고 없었다. 

 한 곳에만 집중하다 다른 부분을 놓칠 때가 많다. 지나간 사람을 그리워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지나간 사람은 자기 인생을 산다. 나는 항상 지나간 사람을 신경썼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도 그럴 지 모른다. 

 살아가면서 길고 짧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정을 금방 붙이는 성격이라면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정말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선입견


이 책은 학교폭력, 왕따의 위험성에 대한 것이나 훈훈한 교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주제와는 전혀 관련 없는 성별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고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 초반에서 어렸을 때 부터 친하던 신지호와 이지민은 동성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신지호가 일진이 됐을 때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이 책에 성별에 대한 언급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읽는 사람의 선입견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뻔한 결말로 따분한 교훈을 주는 것보다 이런식으로 의도를 숨겨두고 찾아내게 하는 것이 훨씬 신선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완벽한 사과는 없다는 정말 현실적인 책이다. 극적으로 해결되는 일도 없고, 매 순간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내 일들 같아서 머리를 아프게 한다. 주인공 이지민의 심리가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읽는 재미를 주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한 공감을 하게 해준다. 하지만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진짜 내용을 알려면 충분히 여러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마음이 더 성숙해졌을 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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