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퍼러 1 - 로마의 문
콘 이굴던 지음, 변경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장거리 경주를 뛰는 선수에게 페이스 조절은 필수적이다. 처음부터 흥분하고 속도를 올리면 중후반부엔 제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없고 결국 완주는 실패하게 된다. 물론 초반의 숨고르기와 완급조절 역시 실력의 일부이긴 하겠으나 시작, 출발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과 의욕에서 자유롭기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 제본의 탓인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6권의 시리즈를 시작하기에 앞서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읽어나가자는 마음을 먹어놓고서도 실질적인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작가의 상상력에 기대어 쓰여진 카이사르와 브루투스의 어린시절에 관한 이야기가 그려진 1권은 사실 좀 지루했다. 평균수명도 현재보다 짧고, 어른이 되는 시점 역시 20살을 기준으로 잡는 현재보다 낮은 것이 분명한 그 시절에, 더욱이 검과 방패가 존재하고 뛰어난 언변과 힘이 그 무엇보다 권력을 휘어잡기에 절실한 그 시대에 태어난 이들에게 유년기란 향후 인생을 가늠할 수 있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족과 친구, 스승들과 위협적인 적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터득하며 어떤 경험을 쌓아가는 지가 훗날 그들의 선택과 결정에 묻어날 것이다. 1권은 바로 그런 시기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작가의 말을 읽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러시아의 황제를 지칭하는 차르와 독일의 황제를 지칭하는 카이저 모두 카이사르에서 유래된 명칭이며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이름에서 유래된 명칭들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얼마 전에 포스팅한 아서왕과 마찬가지로 카이사르 역시 내게 남다른 광휘로 기억되는 존재이다. 역사가 그를 어찌 평가하는지의 여부는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가 남긴 많은 치적들과 아직도 회자되는 여러 에피소드가 주는 묘한 감동과 설레임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카이사르의 어린 시절은 약간은 맹하고 모자라며 치기어린 모습이다. 뭐, 어린시절이니 당연한 얘기지만 위인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의 그것처럼 번득이는 무언가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사료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니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내용이 태반이지만 그래도 성장가능성이 무궁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카이사르에 대한 애정이 두터운 만큼 브루투스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큰데 1권에서 등장하는 그의 어린시절엔 재능과는 별도로 일말의 잔혹함과 무모함, 비천한 출생에 대한 열등감이 엿보인다. 그런 것들이 훗날 두 사람의 관계에 일조했으리라 여겨질 수 있게 안배해 놓은 것일수도 있지만 결말을 아는 나에게 아직은 어린 그가 썩 이쁘고 전도유망하게 보이지만은 않더라.

 

2권부터는 좀더 본격적이고 재미난 부분이 기다리고 있겠지. 사실 1부는 거의 밑밥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얼마든지 재미나게 볼 수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꽤나 지루하고 힘들게 읽었다. 2권부터는 좀 더 편하고 열린 마음으로 완급 조절을 하며 책을 읽어 나가려고 한다. 아... 그런데 책의 무게로 인한 양쪽 손목의 통증을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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