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제135회 나오키상 수상 작가 미우라 시온의 작품집. 70대 노인이 주인으로 있는 허름한 목조 빌라를 주 무대로, 그곳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사랑과 성(性)을 테마로 한 일곱 가지 에피소드가 엮인 연작 소설집이다. 작가는 천진난만한 듯 섹시한 일곱 편의 연애 이야기들을 때로는 기발하고도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한 감동과 잔잔한 여운을 담아 흡인력 있게 그려냈다.
소설의 주 무대는 도쿄 중심가라고는 믿기지 않는 정겨운 동네의, 고작 방 여섯 개가 딸린 2층 목조건물 고구레빌라. 허름하지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곳에 세대, 성별, 직업 등이 서로 다른 평범한 소시민들이 살고 있다.
3년 동안 소식불통이던 옛 연인의 등장으로 난데없이 현재 애인과 함께 셋이서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된 꽃집 아가씨, 일흔이 넘은 나이에 갑작스레 강렬한 성욕에 사로잡힌 주인 할아버지 고구레, 전철역 기둥에 달린 남근 형태의 물체를 보고 기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야쿠자 두목과 애견 미용사 아가씨, 커피 맛으로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 아내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

 

70대 노인의 "섹스가 하고 싶다"라는 문장을 홍보 문구에서 발견하고 이 책에 대한 관심을 끄려 했다. 다소 경박한 주제의 가벼운 이야기라면 보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러나 작가는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의 미우라 시온이다. 3년간 연락을 두절하고 해외에 다녀온 남자가 새로운 애인이 생긴 옛여자친구를 찾아가 같은 집에서 머무르는 이야기인 첫 에피소드를 볼 때 이건 뭐지...싶었다. 70이 넘은 나이에

성욕에 사로 잡힌 노인이 할(?) 상대를 찾아 고민하는 모습도 이건 뭐냐...싶었다. 처음 본 그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덧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에게 뭔가 모자란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타인의 눈에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인간 말종일지라도 쉽게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손을 내미는 습성이 있는 듯 하다. 극단적인 예일지는 모르겠지만 매 맞는 아내의 경우에도 자신이 못나고 부족해서 남편을 힘들게 한다는 둥, 그 사람도 항상 그러는 건 아니라는 둥 하며 편을 드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오래 지녀온 열등감이 거의 자학의 수준으로까지 확대된 경우이긴 하지만 비슷한 경우를 은근히 자주 볼 수 있다. 고구레빌라에 사는 세입자들은 낡고 허름한 건물의 모습처럼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이다. 희한하게도 그런 이들에겐 비슷한 냄새가 나는 이들과 엮이는 운명이 있나 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결코 저속하거나 구질구질하지 않다. 자신에게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에 그들의 삶은 비뚤어지지 않는다. 한순간 사람을 황당하게 하다가 차근차근 납득시키는 작가의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연령에 따라 유대관계가 깊어지는 수단도 변한다. 뜨거운 점막에서 따스한 체온으로, 마주 보는 시선에서 표현력이 증대한 언어로.]

 

[태만이 사랑을 시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오만에 복수를 당하기 전까지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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