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벨 그린
마리 베네딕트.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 지음, 김지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11월
평점 :
1900년대 미국 최대 자산가, 금융 황제 J.P. 모건은 인종차별주의자로 알려져있다. 그런 그의 옆에는 그의 수집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여자 《벨 그린》이 존재했는데
《벨 그린》은 J.P. 모건의 개인 사서, 피어폰트 모건 도서관의 유명한 필사본 컬렉션의 창조자이자 삶을 바꿀 만한 비밀을 가진 여자 '벨 다 코스타 그린'이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쓰여진 역사소설이다.
'벨 마리온 그리너'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녀는 유색인의 삶을 뒤로한 채 백인으로서 살아간다. 완벽한 백인의 피부는 아니지만 밝은 자신의 피부색은 포르투갈계인 것 마냥 '다 코스타'를 붙이고 흑인 평등 주창자인 아버지의 성 '그리너'에서 r을 하나를 빼 백인 '벨 다 코스타 그린'이 된다.
" 저도 위험하다는 거 알아요.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이 문밖으로 나가면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는 것임을 유념하고 준비해요. 그리고 늘 조심하고 있어요. " p.156
22세의 나이에 미국 최대 대부호에게 고용 되어 그의 수집품을 빛내준 벨 그린의 삶은 화려하면서도 위태로웠다. 언제 자신의 정체성이 발각 될지도 모를 무대 위에서 더욱 당당한 기세의 언변과 화려한 드레스로 자신을 과시하기까지 한다. 백인 남성들이 장악한 상류층 사회에서 그녀는 뉴욕 사교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어 살아갔다.
《벨 그린》에는 피부가 흰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녀가 사교계에서 서빙을 하는 유색인을 마주칠 때마다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봤을 거라는 두려움 속에서도 상류층 백인 남성들에게 강인하게 대적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내적 갈등과 불안 속에서 일평생 어떻게 치명적인 약점인 자신의 정체성을 감춘 채 살아갈 수 있는 지, 그녀의 인생이 무척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소설안에서 들어나는 흑인 인종차별 사실들에 벨 그린의 강인함 면모와 당시 유색인의 굴레를 볼 수 있다. 특히 벨 그린은 성별에서도 시대를 이겨낸 인물이다. 남성들이 군림하는 예술품 시장과 필사본, 희귀 고서의 전문영역에서 선구적인 독립 여성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롤모델이였다.
『패싱』 등 《벨 그린》을 통해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통해 인종차별 역사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 역시 없던 흑인 인종차별 역사가 궁금해졌으니까.

(본 도서는 비전비엔피(@visionbhp)에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쓰는 주관적인 리뷰 입니다.)
"저도 위험하다는 거 알아요.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이 문밖으로 나가면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는 것임을 유념하고 준비해요. 그리고 늘 조심하고 있어요." - P1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