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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이 4가지 뜻 중에 어떤 의미로 읽어도 무관하다고 본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남학생은 살기 위해서는 광화문으로 가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곳으로 가던 중에 한 여학생을 만난다.
여학생은 이 재난이 어떤 상황인가를 알고 있는 듯하나, 스스로 그것을 찾으라는 말만 한다.

어둠 속에서 핸드폰 불빛을 비추게 되면 나타나는 흡혈 벌레, 그리고 여기 저기 몰려 다니면서 사체를 뜯어 먹는 귀신들, 애완견이었지만
재난이 일어난 후에 사체를 뜯어 먹다보니 맹견으로 돌변한 개떼들....
아비규환 속에 놓인 남녀 고등학생은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런데, 이 사고는 갑자기 북한산 쪽에서 버섯구름이 보이더니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어두워지고 합정역 부근이 침몰되었다고 하는데
벌써 62일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자 주인공은 학원 책상에서 졸다가 깨어나 보니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 어떻게 62일 동안 생존할 수 있었단 말인가...
이 이야기는 재앙 속에 놓인 남학생의 모습과 함께 일상 속에 놓인 남학생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판타지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실존하지
않는 세상과 실존하는 세상을 옮겨 다니는 것과 같은 장치가 쓰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다. 독자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작가는 ' 이 작품은 절대로 판타지가 아니다' 라고 말하면서 ' 싱크홀에서 착안한 자연재해이지만,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물들과 재난 상황은 과학적인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또한 ' 작품 속의 재난이 자연재해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 많은 인재들이 숨어 있다' 고 말한다.
요즘 석촌동을 비롯한 곳에서 싱크홀 현상이 나타난다. 석촌 호수의 물은 줄어들고 있다. 며칠 전에 큰 싱크홀이 생겼지만 당국에서는 그냥
흙으로 그 웅덩이를 덮어 버려서 싱크홀이 왜 일어났는지 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안일한 대처가 가져 온 큰
재난이 바로 책 속의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들은 또다른 생존자를 만나게 된다. "거기 누구 있어요?" " 괜찮아요?" " 생존자들이 또 있어서 다행이다. " "
고등학생이에요?" " 괜찮아요. 울지 마. "
" 곧 구조대가 올 거야." " 우리 힘을
합쳐서 같이 가족 곁으로 돌아가요!" " 반드시 살 수 있을 거야." " 포기하지
말자."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구태여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생각은 똑같을 것이다.


" 살려 주세요." " 제발! " " 제발 !!" " 도와주세요!" " 살... 려... 주...세요..."
" 살... 려... 주...세요..." 라는 이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일까?

세월호 속에 갇혀 있던 학생들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던 윤일병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왜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아니 그 목소리를 들었지만 우린 외면해 버린 것이
아니었던가?
이 이야기 속의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드디어 구조대를 만나게 되는데... 구조대가 내뺃는 이 말을 우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 뭐야 쟤네들은?" " 민간인 생존자인가?" " 황당하군" " ... 지금 생존자가 나오면 곤란하니까"
" 죽여버려."

엄청난 재난 속에서 용기를 갖고 생존한 사람들이 서로를 도와주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았는데, 그들에게 놓인 상황은 바로 이랬다.
긴~~~ 한숨과 함께 이 책을 덮는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어떤 글로도 이 책을 읽은 후의 생각을 적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