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2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
 

차례를 읽는데 소문난 맛집 메뉴판 보듯 츄릅-, 군침이 돈다.
['짐승의 왕국'이 어색한 이유 (동물:짐승)]에서부터 빵 터지기 시작하여,
[호랑이는 곶감을 두려워했다 (두렵다:무섭다)] 쯤 가니 본문을 읽기도 전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 토끼는 옹달샘 물을 마시지 않았다 (들이켜다:마시다)
- 고래 다툼에는 새우 등 안 터진다 (다투다:싸우다)
- 일처다부제에서는 '첫째' 남편 (첫째:첫번째) 

이런 쎈쓰쟁이....아니, 재간꾼들 같으니라고. ㅋ 

 **
사람이 '다' 죽어가면 장례 준비를 하지만 '모두' 죽으면 초상치를 사람도 없다.
쌀을 '다' 먹으면 쌀독이 비고 밥을 '모두' 먹으면 밥상을 치운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엔 '부딪히고' 예상치 못한 인물과는 '부딪친다.'
태양은 혜성에 '부딪히고' 혜성은 태양에 '부딪친다.' 

'수'가 시니피에(기의)라면 '숫자'는 시니피앙(기표)이다.
그러니 군사의 수가 상당히 많을 수는 있어도 숫자가 상당히 많을 수는 없다. 

후루룩, 둘러마셔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꼭꼭 씹어 내 것으로 소화시키며 아껴먹고 싶었는데ㅠ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국물까지 뚝딱 해치워버렸다.  
 

***
"산짐승, 들짐승, 길짐승, 날짐승, .... 사람은 집에서 살지만 집짐승이라 하지 않는다" (ㅋㅋㅋㅋㅋ 35쪽) 
"'몽둥이'는 용도가 '구타'에 한정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굵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는 나뭇가지 같은 것은 기껏해야 '회초리'밖에 되지 못하니까.(54쪽)"
"이렇게 '첫번째'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해있는 '첫째'를 이대로 말라죽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243쪽) 


알이 꽉찬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글을 감칠맛 나게 부려쓰는 그 재간머리, 비틀고 뒤집으며 말을 '갖고 노는' 재주가 놀랍다.

일상세계에서 회자되는 쓰임새들을 살피는 화용론과 더불어, 말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그 근원을 짚어주니 머리가 절로 끄덕여진다.

2006년에 낱말편 1권을 읽고 5년만이다.
그 사이 2007년에 낱말편 2권을, 그리고 올가을 김철호가 문장편을 펴냈다.
앞으로 한 스무 권 연작을 낼 계획이라 한다. 나야 쌍수 들고 환영이다. 

다시,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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