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와 친일파 문제
민족문제연구소 지음 / 아세아문화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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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져 나오는 친일인명사전 문제, 친일파 후손 재산 환수 문제 등 여러 가지 화두들은 우리나라의 해결되지 않은 식민 잔재 청산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민 잔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독립군 후손들은 근근이 생계를 꾸려 가는데 친일파의 후손들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부유하게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친일파의 형성과 세력화, 그리고 그 역사적 배경에 관한 학술회의의 내용들을 간추려 제시함으로써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과거사 청산에 관한 다각적인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개의 논문들과 토론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친일파란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이 본격화되던 러일전쟁을 전후로 하여 자주적인 근대화는 추진하지 않고 일제에 야합하여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우리 민족을 핍박했던 반민족세력을 일컫는 용어이다. 친일파는 일제의 패망 이후 청산이 되어야 했지만 우리의 해방이 투쟁의 결과 이뤄낸 자주적인 독립이라기보다는 외세에 의한 독립이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우리의 식민 잔재는 미군정 시기에 곧바로 청산되지 않아서 오늘날까지도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냉전 체제에서 미국은 친일 세력이 친미 또한 잘 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식민지 당사자인 우리나라의 식민잔재를 적극적으로 청산하지 않고 친일 인사들을 그대로 그 자리에서 하던 일을 하도록 명령한다. 이로 인해 우리의 친일파 청산은 더욱 어려워졌고, 친일파들은 반공을 내세우며 오히려 일제 식민지 시기보다 미군정 시기에 더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우리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반일 감정이 하늘을 찌를 때 초대 정부에서는 반민법을 제정하고 반민특위가 활동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들이 그 의도와 노력마저 폄하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 본질과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이것들은 국민들의 반일 감정에 의존한 이승만 정부의 사기극이었다. 이 후 박정희 정권에서는 쿠데타를 합리화하기 위한 박 정권과 미국, 일본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진 ‘한일 협정’을 체결하여 차관과 식민지 시기 우리 민족의 한을 맞바꾸면서 일본과 식민지 문제에 관해 논의할 벽마저 차단해버리고 만다. 그 이후의 정권들도 일본에 의존하거나 식민잔재 청산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오늘날까지 식민잔재 청산 문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식민잔재 청산은 우리나라는 학술적인 연구를 통해 친일에 관한 것들을 소상히 밝히고 처벌 기준을 확립해서 처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처벌을 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우도 독일의 경우처럼 과거의 역사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그러한 역사와의 단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토론자들은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에만 우리나라의 분단 문제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배경을 토대로 식민잔재 청산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면이 좋았고, 뒷부분의 토론을 통해서 앞에서 제시한 논문의 주장에서 그치지 않고 내용을 보충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형식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논문과 토론이 너무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서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치열한 토론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토론 상황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글로 읽으려니 너무 난잡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구성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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