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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 - 몸으로 드러나는 마음의 징후에 귀 기울이고 대처하는 법
엘런 보라 지음, 신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평점 :
책을 덮으면서 떠다니는 단어.
path, 길.
나는 길path이라는 단어가 의미와 여정, 방향과 나아감의 느낌을 모두 다 담고 있으며, 둘이 합쳐져서 삶을 이룰 때 그것이 각각의 합보다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길은 또한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개념을 강조한다. 어딘가에 도착해야한다는 압박도 없다. 단지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만 필요할 따름이다.
- 페이지321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문장은 코로나를 겪으며 더욱 선명해졌다. 지금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여행도 갈 수 있는데, 나는 왜 계속 불안할까?
내 불안은 일상을 쥐고 흔들 때도 있으며, 일을 할 때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는 필자가 이야기하는 '예민한 사람'에 속한다. 예술가이며,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고, 생각이 많은 사람. 그리고 직감이 뛰어난 사람... 이건 잘 모르겠다.
나는 나와 타인의 정서와 감정을 들여다보고 발현하는 일을 하다. 때문에 '나'를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일이 많다.
유독 '불안'이라는 것이 삶의 전반에서 주요한 키워드가 되어버렸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망과 괴리에서 오는 불안, 어린 시절 남아 있는 어떤 기억에 의한 불안, 대학입시와 오디션에서 버려질 것 같은 불안, 결혼과 육아라는 과정에서 잘 해내고 있지 못한다는 불안,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것 같은 불안,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소중한 사람과 틈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낄 때의 불안. 참 많은 불안과 마주하고 있다.
특히 몸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것이 내 몸에 뿌리 깊게 박혀있고, 신체의 자세, 몸의 형태, 얼굴 근육의 특정한 쓰임, 표정, 신체언어 등 다양한 부분에서 불안이 발현되고 있음을 느꼈다. 반대로 그것이 습관화되어 몸이 자동적으로 그 자세를 취하면 불안해지기도 했다.
더 이상 나에게 보내는 몸의 신호를 무시할 수 없어서 내 몸과 불안을 들여다보고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군다나 반복되는 '번아웃'을 경험하면서 나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은 절망과 회의감이 드는 시기에 도달했고, 나를 '내버려 두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시기에 엘런 보라 작가의 <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를 읽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는 지금의 내가 불안을 품고 저항하고 있었으며, 진짜 불안을 온전하게 마주하는 시기라는 것을 지지 받은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상 깊은 부분은 무수하게 접어 놓았지만, 가짜 불안을 거두어 내어 내면의 목소리가 나에게 진짜 불안을 이야기할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깊은 곳에 있는 불안이 어떤 나만의 길을 따라가라고 안내해 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기다리는 것을 하지 못한 채 휩쓸려갔다는 것과 이제 기다릴 준비가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중간중간 생물학적, 의학적으로 여성의 불안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어떤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강요당해 압박과 죄책감을 느껴 불안을 형성하는 부분도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정말 '있는 그대로'를 마주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나만의 길을 향해 뚜벅뚜벅 갈 수 있을 거라고 도닥여주는 필자 덕분에 부드럽고 단단하게 마음을 정돈해 본다.
*가짜 불안에 있어서 반복되는 악순환을 모르는 척했는데... 좋아하는 매운 떡볶이와 까페라테는 나의 가짜 불안을 유발할 수 있어서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
그러나 엘런 보라의 말대로 그것을 피함이 스트레스를 더욱 유발한다면 가끔은 하랬으니까... 적당히. :)
#내몸이불안을말한다 #엘런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