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트레인 - 센세이셔널한 예술가 패티 스미스의 마음 기록
패티 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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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글들. 책을 읽으며 작가와 사랑에 빠지고 그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고 싶고, 드라마의 주인공에 감흥하며 마치 현실 세계의 사람인양 문득 그들이 생각나는 누군가의 팬인 사람들이라면 모든 문장을 머릿속에 다 새기고 싶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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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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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에 읽히는 책들이 있고 읽다가 몇 번을 멈추고 결국 다 읽기까지 돌아돌아 몇 년이 걸리는 책들이 있다. 
특히 갈 수록 산만해지는 나의 독서 습관에서 후자가 많아지고, 그래서 내 책장은 갈 수록 언젠가 다 읽히기를 기다리는 책들이 쌓이는 북 호더의 책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먼 길로 돌아갈까?]는 출처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 어떤 책을 읽다가 추천을 받고 구매해놓은 책이다. 비록 아직은 소중한 친구나 부모님을 잃어본 적도, 반려견을 길러본 적도 없지만 이 책은 거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을 아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정말 오래간만에 이 담담한 문장들을 다 읽고 나서 눈물이 흘렀다. 

최근 본 영화 <서치>에서 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내 맘을 털어놓지 못하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더 친밀감을 느끼고 그들에게 더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기 편해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 자신 또한 갈수록 친구들에게 내 솔직한 마음 - 질투나 섭섭함 같은 -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그들이 나를 어찌 볼까 두렵지만 나의 삶의 궤적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조금은 단편적으로 솔직해 질 수 있을 때도 자주 있다. 이런 경험은 나를 편하게도 하지만, 나의 원인모를 불안감이나 눈물을 말 그대로 가라앉혀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상실감도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인 게일 캘드웰은 자신의 숨기고 싶었던 알콜 중독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조금은 늦은 나이에 만난 영혼의 단짝인 캐롤라인과의 우정, 그리고 그녀가 암으로 떠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녀를 떠나보낸 뒤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들을 정말 솔직하고 담담하게 구술한다. 

그리고, 너무 소중해서 잃고나면 나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대상도 결국 그들이 사라져도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을... 또 말해준다. 그리고, 그게 나쁜 것이 아님을. 결국 그들의 부재를 인정하고 부재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그 부재에서, 그들과의 과거에서 겪었던 일들이 내 현재의 삶을 지탱할 힘을 얻어내는 것이 바로 우리 인생임을 알려준다. 

평생의 친구라고 생각해도 언제나 상대의 우정에 대해 자신이 없고 ‘의심’하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게 나만의 나쁘고 ‘작은’ 마음이라고 여겼던 내게 캘드웰의 글은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상대를 사랑할 수록 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그 우정에 비해 그 상대에 비해 내가 모자라지 않은가 의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일인지도 모른다고. 

먼 길을 오랫동안 천천히 걸으면서 하염없이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없다고 아쉬워하기 보다는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는지 자문하게 되기도 하고. 그저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 뿐 아니라 힘들고 그야말로 정면으로 맞서기 힘든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나는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상대가 떠난 뒤에 힘든 감정이 싫어 빨리 잊어버리고 move on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거리도 많아지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진정한 우정의 여정을 기록을 읽게 되어 행운이다.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책. 결국 인생은 혼자다 싶다가도 소중한 친구와의 우정이 내 삶을 얼마나 충만하게 만들어 주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영문 시를 읽는 것이 힘들지만 여기에 들어있는 네루다의 소네트를 보고, 시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위안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가보지 못한 두려움 너머의 경지에 그녀가 들어섰음을, 나로서는 가장 힘들지만 최선의 행동이 조용히 입을 닫고 듣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희망이나 안도의 거짓 약속은 모두 우리가 처한 자리에서 도망치려는 시도일 뿐이었다.

홀로인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 그것이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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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서스펜스가 있거나 커다란 갈등이 해결되는 이야기들도 좋고. 그런데 별 이야기가 없는 듯한데 지속되는 이야기가 주는 감동을 가장 크게 느낀 것이 바로 [스토너] 때였던 것 같다. 레이먼드 카버나 제임스 조이스를 처음 읽었을 때도 그런 감동이 있었고, 영화에서 그야말로 일상을 다룬 영화들을 처음 만났을 때 바로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서 좋았던 점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그 일상에 대한 책이나 영화들이 너무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던 것 같다. 너무 자기복제적인 스타일들 때문에도 좀 싫증이 났던 게 사실이고. 사실 일상을 다룬 글들의 힘이란 정말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그 일상 안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나 딱 잡아내지 못했던 어느 순간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이것들조차도 너무 많아지면서 그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을 나열하며 말줄임표가 범람하는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대충 써대는 글들이 대부분을 이루게 되면서 믿고 거르게 되었달까.

 

그 와중에 만나게 된 [스토너]. 정말 별거 없다고 생각하는 그 삶을 어찌나 쉬지 않고 궁금해하며 따라가게 되던지. 나처럼 일희일비하고 감정의 널을 뛰는 인간에게 일생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스토너의 모습에 움직이게 된 것일까















그리고, 어제 읽은 따끈따끈한 [밤에 우리 영혼은].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의 원작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고,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책을 먼저 읽어 다행이다 싶었다.

 

오랜 기간 자신의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바른 엄마, 바른 아내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에디가 남편이 죽고, 아들이 독립한 뒤, 우울한 밤을 견디기 위해 자신처럼 상처하고 이제는 홀로 남은 루이스에게 접근하는 시작은 사실, 극적인 방향으로 가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갈 수도 있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무엇보다 대화도 교류도 체온의 나눔도 없는 혼자가 되어 살아가는 상황이 싫었던 것뿐. 그리고, 새롭게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 똑같이 서로를 만나게 되기 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함께 술을 마시고, 같이 드라이브나 산책을 하면서 우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이 상황을 응원하는 이보다는 고깝게 보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더 많고... 결국, 더는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고 공언했던 에디가 굴복하게 된다.

 

나는 이 책에서 이 둘이 담담하게 나누는 이야기들과 더불어 에디의 손자와 셋이 함께 나누는 삶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란 무서울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 자신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울 수 있는 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 편견없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소수의 존재이기도 하다. 함께 산에 간 에피소드나 개를 키우는 부분들은 그야말로 소소한 일상이 이 셋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고 삶에 체온을 더해주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왜 우리는 남의 삶에 대해 왈가왈부할까? 인생을 결국 혼자 헤쳐가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남의 눈을 의식하고 또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를 힐난하고 또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어떤 악을 행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남의 행복을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겐 있을까? 없다라고 이론적으로 말하긴 쉽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이런 일을 남에게 행한다. 나 자신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우리는 노인들에겐 어떤 감정이나 기쁨 같은 것이 사라졌을 거란 편견을 갖고 대하는 게 사실이다. 노인들이 친구를 원하거나 자극을 원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노욕'이라고 치부하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이제 나 자신도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나는 혼자만의 생활에만 100% 만족하고 살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대답은 '아니다'일 듯 하다.

 

물론 결론은 완전하게 해피엔딩은 아닐 지 모르겠지만 [밤에 우리 영혼은]은 담담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두 명의 나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이나 가치관 등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담담하게 진행되는 둘의 대화 안에서 아주 깜깜한 밤하늘에서 여기저기 반짝이는 별들을 발견하고 바라보는 듯한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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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세트 - 전3권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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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기발한 이야기가 주가 되는 작가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문장들이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두꺼운 책을 읽어낼 수 있었다.

뭔가 하나씩 모자란 아이들이 함께 할 때 생겨나는 특별함.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특별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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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 위의 자본주의
탠시 E. 호스킨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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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외되고 재미없는 삶을 살기에 패션을 경배한다."


소설이 독서의 90%를 차지하는 나는 이런 책을 그닥 많이 보지 못한다. 구매한다고 해도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그러나 탠시 E. 호스킨스의 이 책은 상당히 한달음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아마도 패션이라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유로울 수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지도. 


나름 트렌드를 무시하고 나 나름대로의 패션을 추구하며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결국, 대량 생산되는 상품을 소비하는 이상, 자유로운 패션이란 불가능하다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깊이는 알지 못하는 주제를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뼈아픈 실예들을 들어가며 파헤친다. 


책을 읽다보면 착한 기업, 재활용 섬유, 구매 금액의 일정 부분 기부, 옷 기부 등을 통해 나를 위안하며 해온 소비들이 얼마나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적인 행위였으며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몇몇 기업의 주머니 채우기에 이용되는 것임이 드러난다. '재활용'이라는 편리한 슬로건 하에 그게 얼마나 정확하게 '재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재활용을 위해 투입되는 또 다른 물자 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보며 나란 사람조차 나 편한대로 생각하고 살아 왔구나 싶은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너무 유토피아적이고 실현불가능해 보이기는 한다. 한마디로 자본주의적 생산체계와 시스템을 몰아낸다는 것이 과연 현재 세상에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모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싸게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나라들에 가 공장을 세우고, 이들을 혹사시키며 그들은 일년 내내 벌어도 입지 못할 옷들을 내 기준에는 싸지만 그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에 만들어 차액을 알뜰하게 챙기는 기업들에게 철마다 새로운 옷을 사지 않으면 촌스러워 보이거나 뒤떨어져 보인다는 이유로 옷을 구매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는 데에는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다. 


비록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가 패스트패션 회사의 옷을 전혀 사들이지 않고 앞으로 매일 옷을 갈아입어도 충분한 옷이 걸려있는 옷장에 만족하며 소비하지 않는 삶을 산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금액의 옷이 가능하게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환경 파괴와 인권 착취가 일어났을 지에 대해 가끔이라도 생각할 수는 있을 듯 하다. 


자주 옷을 갈아입는 것보다 더 '잘 만든' 옷을 더 적게 살 수 있는 나만의 고집을 갖출 수 있도록 첫걸음을 내딛어줄 수 있는 책이 될 듯 하다. 


저자가 마르크스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존 버거의 문장이 아마도 패션에 집착하는 우리에게 조금은 깨달음을 줄 수 있을 듯. 


"현재가 더 단조로울수록 상상력은 미래를 더 인질로 잡아야 한다."



사람들이 소외되기 때문에 상품은 의미를 얻는다. 사람들이 짜릿한 선망의 대상인 소비를 꿈꾸면서 끝없이 길고 무의미한 노동시간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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