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숨에 읽히는 책들이 있고 읽다가 몇 번을 멈추고 결국 다 읽기까지 돌아돌아 몇 년이 걸리는 책들이 있다. 
특히 갈 수록 산만해지는 나의 독서 습관에서 후자가 많아지고, 그래서 내 책장은 갈 수록 언젠가 다 읽히기를 기다리는 책들이 쌓이는 북 호더의 책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먼 길로 돌아갈까?]는 출처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 어떤 책을 읽다가 추천을 받고 구매해놓은 책이다. 비록 아직은 소중한 친구나 부모님을 잃어본 적도, 반려견을 길러본 적도 없지만 이 책은 거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을 아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정말 오래간만에 이 담담한 문장들을 다 읽고 나서 눈물이 흘렀다. 

최근 본 영화 <서치>에서 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내 맘을 털어놓지 못하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더 친밀감을 느끼고 그들에게 더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기 편해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 자신 또한 갈수록 친구들에게 내 솔직한 마음 - 질투나 섭섭함 같은 -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그들이 나를 어찌 볼까 두렵지만 나의 삶의 궤적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조금은 단편적으로 솔직해 질 수 있을 때도 자주 있다. 이런 경험은 나를 편하게도 하지만, 나의 원인모를 불안감이나 눈물을 말 그대로 가라앉혀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상실감도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인 게일 캘드웰은 자신의 숨기고 싶었던 알콜 중독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조금은 늦은 나이에 만난 영혼의 단짝인 캐롤라인과의 우정, 그리고 그녀가 암으로 떠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녀를 떠나보낸 뒤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들을 정말 솔직하고 담담하게 구술한다. 

그리고, 너무 소중해서 잃고나면 나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대상도 결국 그들이 사라져도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을... 또 말해준다. 그리고, 그게 나쁜 것이 아님을. 결국 그들의 부재를 인정하고 부재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그 부재에서, 그들과의 과거에서 겪었던 일들이 내 현재의 삶을 지탱할 힘을 얻어내는 것이 바로 우리 인생임을 알려준다. 

평생의 친구라고 생각해도 언제나 상대의 우정에 대해 자신이 없고 ‘의심’하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게 나만의 나쁘고 ‘작은’ 마음이라고 여겼던 내게 캘드웰의 글은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상대를 사랑할 수록 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그 우정에 비해 그 상대에 비해 내가 모자라지 않은가 의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일인지도 모른다고. 

먼 길을 오랫동안 천천히 걸으면서 하염없이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없다고 아쉬워하기 보다는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는지 자문하게 되기도 하고. 그저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 뿐 아니라 힘들고 그야말로 정면으로 맞서기 힘든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나는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상대가 떠난 뒤에 힘든 감정이 싫어 빨리 잊어버리고 move on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거리도 많아지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진정한 우정의 여정을 기록을 읽게 되어 행운이다.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책. 결국 인생은 혼자다 싶다가도 소중한 친구와의 우정이 내 삶을 얼마나 충만하게 만들어 주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영문 시를 읽는 것이 힘들지만 여기에 들어있는 네루다의 소네트를 보고, 시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위안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가보지 못한 두려움 너머의 경지에 그녀가 들어섰음을, 나로서는 가장 힘들지만 최선의 행동이 조용히 입을 닫고 듣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희망이나 안도의 거짓 약속은 모두 우리가 처한 자리에서 도망치려는 시도일 뿐이었다.

홀로인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 그것이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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