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상처받았던 기억을 되새기며 공허하게 지내던 해원은 정윤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본게 아닌가 싶어요. 학대받고 고통받은 과거가 있지만 정윤은 자신이 학대받고 고통받았던 걸 기억하지 못하고, 또한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고, 해원은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잊지 않으려 애씁니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망가져버린 마음의 상처 때문에 여전히 힘들어하며 오히려 자학하며 버티는 해원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정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해원이 아마도 그래서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정윤을 구해주려고 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의 자신은 구원받지 못했지만 지금의 자신은 정윤은 구할 수 있으니까, 외면하지않고 구해주는 걸 선택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고, 비슷한 상처를 지닌 해원과 정윤이 함께 하며, 서로의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진 못해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온기가 되고 따뜻함이 되어주는 이야기가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과거는 너무 아프고 힘들고 슬펐는데, 해원과 정윤의 앞날은 밝고 따뜻할 것 같아서 다행이고 너무 좋았습니다. 단편인데도 긴 글을 읽은 듯한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이네요.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며 기다릴께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