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충격과 전율 속에서 카타리나의 울분에 공감했던 때로부터 다시 이십 년이 흘렀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알권리‘와 ‘인권‘ 중 어느 쪽이 우선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신념도 사회의식도 투철하지 못한 나는 사안에 따라 마음이 지조 없이팔랑거린다. 가해자일 땐 선처를 바라고 피해자일 땐 엄벌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제삼자인 나는무엇을 바라야 정녕 옳은 것인가.
- P17

2476 페이지를 읽어 나가는 동안 당신은 자신의 인생, 사랑, 가족, 미래, 사회, 정치, 경제, 도덕, 법과 정의, 신과 종교를 사유할 충분한, 아주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얼어붙은 심장을 깨부수는 대포와 같은 문장들을 부단히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진보‘라고 불러 보라. 그리고 만약 진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내일‘이라고 불러 보라. ‘내일‘은 억제할 수 없게 자신의일을 하는데, 그 일을 바로 오늘부터 한다.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당신은오늘을 더 뜨겁게 살기로 결심하고 사직서에 서명을 할것이다. 또는 내 삶의 혁명기가 아직은 도래하지 않았음을 깨달아 조용히 사표를 찢어 버리고 출근 준비를 하게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
- P31

불행에 빠진 사람이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보면서위로받는 마음은 인간적이다. 하지만 나의 불온한 처지에 다른 누군가 안도하고 있다면, 그때도 인간적이라고 여겨줄 수 있을까. 자신의 불행에만 골몰하면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위험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행복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부도덕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사회를 이뤄살아가는 존재인 한, 우리에게는 서로 들키지도 드러내지도 말아야 할 인간성의 그늘이라는 게 있다.
- P41

감당할 수 없어 보이는 일을 눈앞에 두었을 때, 당장 등을 돌려 도망치고 싶어질 때, 마음이 자꾸 아래로 떨어져 내릴 때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읽는다. 진짜 고통, 진짜 죽음, 진짜 이별, 진짜 투쟁만이 있는 세상을 헤매다 보면, 각종 전자 기기로 둘러싸여 기름지고 부들부들해진 도시인의 두려움이 가상 현실처럼 시시하게 느껴진다.
세상에 힘든 게 너뿐인 줄 아냐. 사람 사는 데가 어디나 다 똑같지. 이런 따위 흔한 질책도 통하지 않는 혹독한세계가 어딘가에 분명 있다. 그곳에서는 오래 망설이면안 된다. 앞에서 누군가 총을 세워 들고 나를 향해 질주해오는데, 돌아서서 뛰어 봤자 피할 수 없다. 그런 땐 두 눈 부릅뜨고 마주 오는 적에게 한 방이라도 쏘아야 한다.

겁쟁이가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고, 자기 자신을 버리게 되면 남들을 배신하는 것도 쉬워지지.
- 모두 다 예쁜 말들 - P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