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배, 제퍼 비룡소의 그림동화 186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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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 비룡소

크리스 반 알스버그를 좋아하는 독자라고 말하면서도 이 책이 출간된지 오래라는걸 알지 못했다. 비룡소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새책을 만나려고 그랬겠지만 나 또한 여태 추천받은 책들 위주로만 읽고 있었구나 반성하기도 했다.

이 그림책은 누가봐도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만들었다고 확신할 장치들이 차고 넘쳐보인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스토리는 점점 호기심을 자아내고 ,어느 그림책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 자유로운 그의 상상력은 따뜻한 톤의 그림과 조화를 이뤄 상상이 아닌 진실이 되어 어느새 내 눈앞에 펼쳐진다.

책속의 화자 '나'는 여행중에 작은 바닷가 마을에 들러 산책중에 우연히 언덕위 절벽에서 부서진 배 한척을 발견한다. 거기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노인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상하지 않냐고. 어떻게 배가 이 높은 언덕 절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것인지 궁금하지 않냐고.

오래전 이 마을에 살았던 소년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뱃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걸 증명하고 싶어했다. 사나운 바람과 거친 파도, 변덕이 심한 폭풍에도 소년은 그의 배 '제퍼'와 함께 항해를 떠난다.

자신을 믿는 저 강인함은 과연 어디서 났을까 ? 저 어린 꼬마가 !!

하지만 돌풍이너무 거셌던 탓일까 아이는 돛 버팀대에 머리가 다쳐 정신을 잃었고 다시 깨어났을땐 낯선 곳 바닷가 모래사장!!. 제퍼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한참을 걸었고 그때 아주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자신의 배 제퍼가 다른 배들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었던 것. 부둣가로 달려간 소년은 한 선원을 만나게 되고 ,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이튿날 떠난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겨우 선원은 소년에게 조정법을 알려주지만 소년은 여전히 바람을 읽는 법을 어려워한다.

선원이 불러준 노래..사무엘 블루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땅에서 부는 바람은 변덕스러워 믿을 수 없다네.

땅 위에서 배를 모는 사람은 사무엘 블루를 만날 거라네.

보름달이 뜬 그 날 밤, 모두가 잠든 그 날 밤 소년은 제퍼를 몰고 바다로 향했고 결국 제퍼와 함께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뱃사람이라고 우쭐해진 제퍼는 마을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었고 곧장 마을로 향했지만 그 순간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고 제퍼와 소년은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그 후 소년과 제퍼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신 분은 책을 꼭 사보시길 ^^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기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소년의 단단함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나의 능력치를 시험해보고 싶은 저 배짱은 과연 어디서 나는걸까. 소년은 실패가 두렵지 않았을까?. 하늘을 잘 날던 제퍼는 그런데 마을위에서 왜 갑자기 추락한거지? 탐욕을 경계하라는 뜻인가? 소년은 정말 단지 우연히 하늘을 날게 된걸까 ? 간절히 바라고 바랬기 때문에 바람이 그 소원을 들어준것일까 ? 중요한 순간 바람의 방향이 바뀐건 단지 우연이었을까 ? 그림책속에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이 바로 그 소년일거라고, 추락하면서 다리를 다친 그 소년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인은 나이가 들어도 그 때의 짜릿했던 경험을 영원히 간직하고 살아가겠지. 내 인생 가장 화려했던 시기. 그때 만난 제퍼와 함께 다시 부활을 꿈꾸는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노신사.

노신사속엔 그때의 소년이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몰라. 단 한번이었지만 행복했던 짧은 기억은 무엇보다 강렬했으니까 .

세상은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또다른 세상이 있는것 같다. '나'라는 사람이 절벽위에 놓인 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스쳤다면 이런 숨겨진 멋진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을까?

나는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어떤 세상이 있다고 믿는다. 모든 사물은 , 각각의 사연을 품고 그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에게만 은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오로지 당신에게 달려있다.

비밀을 간직한 삶에는 항상 호기심이 인다. 도전하기를 두려워 하지 않았던 시절에 경험한 잊지 못할 신비로운 체험은 분명 그를 다시 꿈꾸게 하고 다시 날아오르게 할것이다 . 꿈을 꾸는 한 우리는 늙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그 곳에 다다를수 없다해도 꿈을 꾸고 있었던 그 모든 순간에 우리는 진심이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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