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지음 / 바람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경혜 지음 / 바람북스

 

P. 160 < 그래, 우리 엄마 역시 내게는 감옥이다. 모든 걸 자유롭게 풀어 주는것 같지만 그러기에 나는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만 한다. 그것은 곧 모든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반항할 필요가 없는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또 하나의 감옥이다. 결국 모든 부모는 자식들에게 다 감옥일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

 

'아직 떠날 수 없는 나이에 꽃잎이 흩날리듯 사라져 간 모든 소년들에게 ' 이 책을 바친다는 작가의 말과 함께 '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라는 강한 인상을 주는 프롤로그와 함께 이 책은 시작이 됩니다.

 

중3 남자아이 황재준과 같은 반 친구 지유미 와의 이야기지만 , 어찌보면 동시에 너무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과도 너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3 때 나는 어떤 고민을 했고 누구와 친했고 누굴 좋아했는지 또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책을 보는 내내 그때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날 발견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보통의 10대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 오는 책이다.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좀처럼 이해할수 없는 각자의 입장, 공부 스트레스, 매너리즘에 빠진 또는 권위적인 선생님의 모습, 비행청소년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10대들이 생각하는 죽음의 무게감, 열두살이기에 가능한 이성에 대한 맹목적 사랑, 열두살의 방황, 열두살의 꿈, 열두살의 우정.....이런 이야기를 특별한 문학적인 기교를 싹 뺀채 담담히 들려주었기에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끝부분에 적힌 작가님의 말을 읽고 아차 싶었다. 이름 모르는 어떤 아이의 죽음을 듣고 오열하셨던 경험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고. 어떤 일의 시작이 철저히 계획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더 감동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어떤 사람의 일에도 우리는 이렇게 신경이 쓰기도 하고 또 그 반대로 때론 무뎌지는 감정을 바라본다.

 

재준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범생이고 유미는 날라리다. 이 둘의 공통점은 둘다 친구가 없다는거였고 둘은 서로의 허물을 공유하면서 친구가 된다. 둘은 서로 너무 달라서 친구가 될수 있었을까 ? 아니면 외로움의 성질은 똑같아서 친구가 될수 있었을까 ? 옆에 있던 ..늘 옆에 영원히 있을것만 같은 어떤 존재가 어느순간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건 뭘 의미하지 ? 과연 죽음에 의미 같은게 있긴 한걸까 ? 침대에 누워 시체놀이를 할만큼 재준이는 삶이 힘겨웠나보다. 극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에 ..엄마아빠에게 시위를 했던건 아닐까..보세요..나 이만큼이나 힘들어요..나 너무 지쳤어요..라고.

삶이 고통스럽고 괴로웠던 순간, 재준이는 자신의 죽음을 연기해봄으로써 주변에 대한 의미를 재부여했던 그런 아이였다. 누가 범생 아니랄까봐 삶의 문제지도 너무나 범생답게 처리한다. 재준이는 유미의 의견을 항상 존중해주는 유미엄마의 교육방식을 부러워했지만 유미는 그 자유 뒤에 숨겨진 책임의 무게에 또 힘들어한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감옥이라는 유미의 독백처럼 엄마란 자리는 이렇게 힘든것을...

나의 엄마는 어땠는지...엄마로서 나의 자리는 또 어떤지 생각에 잠겨 본다.

한마디 작별 인사도 전하지 못하고 오토바이 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재준이의 영혼을 자꾸 떠올려본다.재준이처럼 늘 죽음을 가정해두고 상황극을 하는 기분으로 산다면 나같은 종족은 몇배는 더 가치있는 삶을 살게 될텐데.

'작가의 글'에서 언급하셨던 ' 문학적 허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문장, 낯선 표현, 허를 찌르는 반전, 치밀한 구성 등등의 매혹적인 '문학'에 대한 욕망을 버리기 너무 힘드셨다고...그 모든 수식들을 다 버리고 작가님이 이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시고 싶으셨던건 이야기는 바로 내안의 재준이와 내안의 유미를 보듬어 달라는것 아닐까 생각해본다.어떤 편견도 장치도 없이 여느 10대의 평범한 어느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