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같은 안녕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6
아멜리 자보·코린느 위크·오로르 푸메·샤를린 왁스웨일레 지음, 아니크 마송 그림, 명혜권 / 북극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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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자보. 코린느 위크. 오로르 푸메. 샤를린 왁스웨일레 글 /

아니크 마송 그림 / 북극곰 출판사

네분의 작가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 책을 낸 계기를 작가 소개란에서 읽고 흥미로웠다. 네분은 모두 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그 아픔을 잊게 해주고 싶으셨다고.

죽음이란 뭘까 ? 사랑하던 가족을, 사랑하던 친구를 두번 다시 볼수 없는것...슬픈것..절망스러운것...힘든것...괴로운것 ...언뜻 떠올려봐도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어두운 느낌,,뭔가 두렵고 피하고 싶은 느낌이 먼저 온다. 나조차도 이렇게 어려운 헤어짐의 과정을 아이들에겐 어떻게 설명해줘야 좋을지 몰라서..정말 필요한 순간에 내 아이들의 감정을 돌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그림책을 만났다. 면지에는 두 꼬꼬댁 닭의 발자국이 왼쪽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쭉 나있는데..왼쪽엔 따로 걷다가 오른쪽에서 만나고 그리고 오른쪽 끝에선 또 각자 따로이 길을 걷는다. 이 글의 두 주인공 ...파랑이와 파랑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할머니의 인생 여정과 꼭 닮아 있는 발자국들...

파랑이가 싫어하는 건 추운겨울이랑 할머니가 아픈거, 구구단 외우기 그리고 제일 싫은건 슬픔...수요일 아침 파랑이에게 슬픔이 찾아온다. 파랑이가 젤 좋아하는 할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 아빠는 말한다. 할머니가 떠나는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머니를 떠나 보내기 싫은 파랑이는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을지 생각한다. 할머니를 안아주면 떠나지 않을까? 착한 아이가 되면 떠나지 않을까 ?할머니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줘도, 오랫동안 안아주어도 더 나아지지 않는 할머니의 병. 하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할머니와 쌓은 추억을 간직하며 미소짓는 파랑이 . 파랑이는 과연 할머니와의 이별을 잘 마무리 지었을까 ?

몇해전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통보였고 손 쓸새도 없이 악화되셨고 나는 쩔쩔맸다. 아이들에게도 할아버지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별할수 있는 시간을 주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않았다. 내 슬픔도 컸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슬픈감정을 미리 설명하고 싶지가 않아서 였던것 같다 . 피할수만 있다면 나도 피하고 싶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 나누며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는것..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없어도 내 마음속에 자리할수 있게 공간을 두는것...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덜 아픈 이별을 위한 과정같다.

아픈 할머니를 병원에서 잠깐 모시고 나와서 온 가족이 모닥불 앞에 모여 맛있는 식사를 하고 , 이야기를 나누고 , 노래하고 ,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장면에선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마치 파티를 하는듯한 분위기다. "죽음" 그 자체는 너무 슬프지만, 헤어짐의 과정까지 슬플 필요는 없지 않을까 ! 그래서 이 장면이 너무 좋은가보다. 내 죽음의 끝도 이런 경쾌함으로 마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삶과 죽음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또한 삶의 연장선인것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 그림책, 이별에 익숙치 않은 사람, 죽음 자체가 너무 두려운 사람..아이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나눠보고 싶은 부모님..모두 모두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그림책이다.

이별이 햇살처럼 따스하고 부드럽고 찬란할수 있도록 우리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 모양이다..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될수 있도록 ..내 마음속 파랑이와 추억을 곱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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