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역사 트랜스라틴 총서 9
보리스 파우스투 지음, 최해성 옮김 / 그린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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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는 흔히 발견되어진 대륙이라고 한다. 서양의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그리고 단절되지 않고 쭉 살아온 원주민이 존재하던 땅에 포르투칼의 함대가 도착함으로써 역사적 순간이 바뀌게 된다. 처음 서양인들은 그저 "해변가를 옆으로 기어다니는 게"들 처럼 해안가를 기점으로 정착지를 만들어갔지만 조금식 내륙으로 탐사를 하고 정착지를 확장해 감으로써 거대한 땅덩어리인 브라질을 만들어 간다. 


초기 내륙 개척에는 선교사들이 한몫을 담당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들은 원주민들을 교화하기 위해서 혹은 식민지 개척의 척후병으로써 오지로, 내륙으로 발을 디뎠으며 아마 신의 첨병으로써 그 역확을 충실히 수행했을 것이다. 이 교화의 과정이 과연 진정한 교화일까 원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병균을 이끌고 들어가서 그들을 파탄으로 이끌고 노예로 전락시켰으며, 결국은 소외된 타자로써 브라질 역사를 구성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 영화 "미션"의 그런 선교사의 영웅적 모습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브라질의 역사에서 커피를 빼고 말할 수 없다. 현대로 접어 들면서 커피 농업의 중요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나름데로의 공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상태에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제1공화국과 그 이후의 바르가스 시절까지는 중요한 하나의 쟁점이었다. 대량생산 그리고 큰 수익원이었던 커피를 둘러싼 이익집단의 투쟁 그리고 여기에 수반하는 여러 정책들이 브라질의 큰 역사 줄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처음 대규모 농업을 이뤄서 수출에 성공한 작물이 사탕수수다. 하지만 이는 곧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특히 쿠바의 사탕수수 재배와 제 3국의 재배로 인한 품질과 가격경쟁에서 밀리게 된 것이다. 결국 그 뒤를 이어서 커피가 재배되기 시작하고 주요 교역품으로써의 위치를 점하게 된다. 물론 커피만이 주 생산작물이었던건 아니다. 여기에 면화 작물도 재배되면서 그 비율은 시기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커피는 세계 공황과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가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결국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게 되는데, 이는 부농의 입김 작용이다. 커피 가격이 떨어지는 싯점에 커피를 일부 수매해서 폐기하는 것이다. 이는 커피 부농들에게는 당연한 처사지만 다른 작물들 지주에게는 반발을 일으키는 행위였다 - 커피로 인한 외채 상환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결과일지도.


브라질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대통령을 뽑았지만, 결국 정권이양이 순조롭지 못하고 군인에 의한 쿠데타로 인한 독재기간을 거친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와 비슷한 맥락을 보여주는데, 군인들에 의해서 행해지던 독재 기간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 역사적 아이러니는 현대에 접어들면서 결국 막을 내리고 만다. 하지만 이 역사적 아이러니를 평가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경제적 성장과 그 성장에 이면에 감추어진 희생 그리고 억압은 민중의 피끓는 외침을 이끌어내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폭발하게 한다.


브라질 근대에서 가장 큰 아픔이 있다면 민주적 절차를 거쳐 들어낸 사회가 고인플레에 의해서 가려져 버렸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조치들을 취했지만 멈출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처럼 솟아 오르는 가격은 결국 혁신적 화폐개혁을 불러온다. 화폐 개혁과 경제 조치들을 통해서 1990년대에 브라질은 다시금 성장의 길로 접어들어선다.


역사란 한순간만을 끊어서 고찰할 수 없으며 연속적인 응과응보의 결과로써 파악되어야 한다. 브라질의 현재의 과거와 단절될 수 없고 현재의 모든 순간들은 과거의 산물이기도 하다. 룰라가 성공적인 집권을 마치고 정권을 이양한 현 싯점에서 과연 브라질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험난한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역동적인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 남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길이 과거보다 나은 미래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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