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이, 마흔 - 이제는 나 자신을 찾아갈 때
강선영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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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준비 없이 마흔을 맞이했다.


『흔들리는 나이, 마흔』을 읽고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에 와서 콱 박혔다. 7살 둘째가 학교에 가고 나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몇 년간 밤잠을 설쳤다. 또래 엄마들이라면 다 기웃거려보는 자격증 과정, 문화센터 강의, 도서관 교양강좌까지 자투리 시간도 알뜰하게 아껴가며 제 2의 도약기를 꿈꾸어 보았지만 선명한 미래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가 7살이 되는 14년의 시간동안 내 시간은 아이의 일정과 맞물려 있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성취도를 비교하자면 비참한 기분까지 들었다. 모든 경쟁에서 밀려나고 도태된 채 세월에 묻혀버릴 내 존재를 상상하면 끔찍하기만 했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지나간 후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이 세상에 설 수 있을지.


그럼에도 나는 아직 나 자신으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늘 조바심이 났고 늘 힘들었다.

띠지에 선명하게 새겨진 글귀들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마흔을 건너는 당신,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마흔은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가 아니라,

출렁이는 삶의 다리 한가운데를 건너는 시기다.


 

마음이 늘 편치 않아서일까. 그동안 심리학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30대 때는 김혜남 박사님의 책을 읽고 펑펑 울기도 했다. 정여울 작가의 책도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식상할 것 같은 심리학책들이지만 그 책들 덕분에 정신건강 챙겨가며 살고 있다. 삶의 주기율표가 마이너스로 향할 때 만난 심리학책들은 큰 힘이 된다.

『흔들리는 나이, 마흔』이 딱 그랬다. 지난 몇 년간 열심히 읽고,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썼는데 아직 난 그냥 ‘지나가는 동네 아줌마1’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터지기 전의 꽃봉오리처럼 속이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시기를 잘 맞춰 터지면 찬사를 받지만 시기가 맞지 않으면 돌연변이 취급당하기 쉬운 꽃봉오리 말이다. 시기를 기다리다 지치기 일보 전에 이 책을 만났다. 그런 나에게 좀 흔들리고 헤매도 괜찮다고 말해주니 위안이 되었다.

“중년이라는 미래를 향해 달려온 소년, 소녀들은 허겁지겁 나이를 먹고, 오늘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또 서둘러 어디론가 가려고만 한다. 살면서 우리는 대부분 초조해한다. 그저 있지 못하고 또 초조해할 먼 미래의 내가 되려고 발버둥친다. 행복은 ‘잠깐 여기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말이다.” (p204)


아이의 시간에 맞추고,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아무것도 손에 쥐고 있지 않는, 현재의 나를 꼭 껴안아주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더불어 이 책에 각 장 끝에는 마흔을 잘 보내기 위한 팁들이 소개되어있다. 차근차근 밑줄을 그으며 적어가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독이 되는 편견의 말들 지우기’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넌 너무 여려, 난 A형이라 소심해, 넌 고집이 세, 넌 너무 내성적이라 큰일이야, 난 다혈질이라 욱하는 거야, 넌 왜 이렇게 예민하니, 넌 너무 착해, 넌 왜 이렇게 감정적이야. 이런 말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과 이웃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요즈음 맞춤 서비스가 대세다. 획일화에 식상한 현대인들을 위한 다양한 맞춤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사십대를 통과하거나 앞두고 있다면 거침없이 이 책을 넘겨보면 된다. 당신을 위한 맞춤심리학자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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