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 알기 쉽게 풀어쓴 (한글판 + 영문판)
E. H. 카 지음, 이화승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그 동안 개인적으로 접한 역사라는 것은 사실의 연대기 성격에 해당하는 것이 진정한 역사라 생각했다. 그것을 기록한 사람의 감정이 포함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벌써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에드워드 H. 카는 그럴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즉 역사가도 자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의 시대를 통해 투영된 분위기와 인식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역사가도 사람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어쩌면 역사가 만들어진 시점부터 이미 왜곡된 역사 기록을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특히 역사가들의 목적에 따라 역사적 사실의 선별과 내용이 결정된다는 것은 약간은 충격적이다. 결국 역사가도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면 역사책을 볼 때 역사가에 대한 정보, 즉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역사가의 사상은 어떤지 면밀히 살펴보지 않으면 잘못된 역사 인식과 사실을 알게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생각되어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어쩌면 현재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나 중국의 동북공정 같은 것도 이런 현상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결국 역사가들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조국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선별적으로 취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담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깊이있게 연구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은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과학자로서의 중립적인 태도 못지 않게 역사가들에게도 요구해야하는 도덕성이 아닐지 모르겠다.



과연 이것이 옳은 역사가의 태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주고 판단은 독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역사가의 자세인지 아니면 이 책의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인지하고 역사를 대하여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한 위험을 뒤로 하고 이 책에서 희망적이라 느낀 것은 역사도 과학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을 일반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보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인데 혁명이나 사회의 붕괴에 대한 어떤 일반적인 현상들을 찾아내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면 인간의 특성상 그런 예측을 미리 피해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예측이 틀렸다는 결론이 내려지긴 하겠지만 그러면서 인간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역사가들의 그런 예측도 유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미래를 담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모습과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과거의 안좋은 모습을 밝히고 알려서 더욱 바람직한 인간의 진보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이 1961년도에 나온 책이라면 그 시대의 저자가 바라보는 역사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전적으로 의견에 동조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든다. 전혀 불가능한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역사가는 그래도 냉정한 마음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이를 통해 현재를 사는 사람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바램이 되었다. 혹시라도 현재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편향된 역사를 알리게 된다면 후에 깨달았을 때의 허탈감은 정말 클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바라보고 연구하는 입장의 사람들에게는 저자가 권고한 역사를 연구하는 태도는 배워야 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사회, 인과관계와 과학적 태도 등을 통해 올바르고 교훈적인 역사 의식을 알려줄 수 있는 역사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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