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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싸운다, 캡틴 허니 번 안전가옥 쇼-트 6
김여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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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페미니즘 문학을 어설프게 흉내 냈다. 말 그대로 어설프게 흉내 냈다. 


일단 글이 유치해도 너무 유치하다. 솔직히 말해서 아동도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사실 아동도서도 곧잘 읽기에 아동도서 중에서도 연령대가 낮은 도서를 읽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편으론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좋은 영화는 말고. 킬링타임. 스낵컬처. 그러면서 저가인. 그냥 오락적 재미만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에 어설프게 감독의 교훈이나 사상이 담겨있는, 그래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린.


이제 소설의 설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주인공은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강해지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살을 찌운다. 그걸 보고 주변 다른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조롱한다. 몸매 좋은 연예인 여성 히어로와 비교하며 깎아내린다. 

참고로 주인공은 랭킹 1위 '여성' 히어로다. 까내리는 사람들은 2~4위 '남성' 히어로다. 물론 모두 성인이다. 그런데 몸매 가지고 놀린다. 초등학생... 인가? 도덕성과 정신연령이 심히 낮은 자들이 랭킹 2~4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작가가 편의적으로 조연들의 지능을 심각하게 낮춘 티가 너무 났다. 아니면 작가가 정말 남성 전체를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거나. 


작중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여자를 외모로 평가하고, 여자애가 여자애답게 행동하라며 수시로 가스라이팅을 하고. 남자한테는 안 시키면서 꼭 여자한테 심부름을 시키고, 예쁜 여자를 만났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이나 하는 그런 인물들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하고 정말 악의적으로 다가온다. 그냥 남자는 다 골 빈 멍청이들이고, 나쁘고, 추잡스럽다. 개성이란게 없다. 소설 초반부 전체에 걸쳐 남자들이 하는 일은 주인공에게 욕하고, 화내고, 비웃는 것뿐이다. 그러면서 예쁜 여자는 떠받들고, 어떻게든 연관되려고 애쓰는 행태를 보인다. 개성이라곤 없는 평면적이고 뻔한 '남성' 캐릭터들이다.


살찌면 나쁜 시선이 들러붙는 건 사실이다. 대놓고 비웃는 자들도 있고, 예쁘고 마른 여자들에 비해 푸대접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이런 식으로 묘사해선 안됐다. 묘사하더라도 적당히 했어야 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균형을 맞추지 않고 무게추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려 위에 올려진 것들이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진 광경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다 읽지도 못했다. 너무 재미없어서. 뒷부분은 날림으로 감상 없이 대충 내용만 훑어봤다. 제대로 읽지도 않아 놓고 무슨 리뷰냐, 란 생각도 들긴 했다.

하지만 플롯은 뻔했고.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스낵컬처 무비 같다고 평가했다. 혹시 작가가 영화화를 노리고 썼나? 너무 비약이지만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래서 1점이다.

이게 페미니즘 문학이기 때문에 1점을 준 것이 아니다. 

차별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느 누구든 차별받고 있다면 그걸 보호할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원래 페미니즘 성향이 있는 글도 그냥 읽는다.

그런데 정도란 것이 있다. 정도가 넘으면 뭐가 됐든 불쾌하다. 액션 영화를 좋아해도 너무 고어 하거나 잔인하면 불쾌하고, 로맨스를 좋아해도 너무 야한 로맨스가 나오면 불쾌한 법이다. 

남녀관계를 극단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반대편을 이렇게 깎아내리면서까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어설프게 페미니즘을 흉내 내서 쓴 글이기에 그랬고.

심지어 이렇게 깎인 점수는 1점 정도 밖에 안 된다.

역으로, 이런 부분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갔다면 그냥 칭찬을 했을 것이다. 좋은 페미니즘 문학이라고.

그렇지 않았더라도 만약 이 부분만 문제였다면 4점을 줬겠지.


내가 1점을 준 가장 큰 이유는 그냥 글 자체가 너무 유치했던 것 때문이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몇몇 작품이 참 마음에 들어 쭉 읽어보는 중인데 여기서 한 번 데였다. 꽤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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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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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

글자는 조금 더 컸으면 어떨까 아쉽다.

쪽수는 162쪽에 4개의 단편이 들어가 있다.


감상을 네 글자로 표현하자면 '용두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단편은 '초대'.

초중반부까지는 좋았다.

후반부가 망쳤다.

아마 가스라이팅에 관한 내용인 거 같다.

가시부터 시작된 빌드업은 깔끔했다.

다만 마지막 부분.

등장한 태주라는 여인과, 그녀의 초대.

가스라이팅하던 남자를 죽이고 살인마가 된다.

무슨 이런 결말이 있지? 실망감과 함께 보다 더 큰 아쉬움이 엄습했다.


두 번째 단편은 '습지의 사랑'.

이것도 위와 같다.

엔딩이 작위적이게 느껴졌다.

빌드업을 좀 다르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메세지와 아이디어는 좋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편은 '칵테일, 러브, 좀비'.

이것 또한 마찬가지다.

마지막이 아쉬웠다.

앞선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며 끝난다.

좀비 사태가 벌어졌는데 뱀한테 제사를 해서 해결하다니. 

앞 세 작품은 아이디어는 생각해냈으나 결말을 어떻게 할 지 몰라 대충 땜빵 처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마지막에 등장한 민이라는 캐릭터는 이미 이에 대해 알고 있다는 설정으로 보인다. 그녀가 가져온 무기들도 하나같이 허무맹랑하다. 손도끼, 전기톱, 산탄총, 곡괭이. 독자의 몰입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깨지곤 한다. 내겐 이 부분이 그랬다. 작중의 좀비 사태는 그리 오래된 사태도, 그리고 심화된 상태도 아니다. 좀비의 수라고 해봤자 고작 스물에서 삼십 정도. 그런데 좀비 잡는 대행업체가 여럿 발호하고,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업체에서 버젓이 산탄총을 가지고 집에 들어온다. 아무리 판타지라지만 너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면모는 소설의 몰입을 헤친다.


네 번째 단편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구성이 참 좋았다.

결말도 허무하지만 깔끔했다.

어쩌면 습지의 사랑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다만 전하려는 듯한 메세지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아쉬움과 별개로 평점은 5점 중 3점.

이것은 단편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는 짧다. 선택과 집중. 하나를 얻고 하나를 포기한다. 그런 것이다.

아쉬운 완성도, 흐지부지된 결말, 하지만 그런 점보다 강렬한 소재와 아이디어가 더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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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쪽 글쓰기일 거란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기사, 소설 등등이 소개글에 적혀 있었으니 다른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겠지 읽어봤다. 그런데 너무 기사쪽에 치우쳐져 있다. 심지어 영어 위주로 설명하고 있어 한글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솔직히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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