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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 - 요양병원 한의사가 10년간 환자의 생로병사를 지켜본 삶의 기록!
김영맘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11월
평점 :
10대, 20대 때는 잘 느끼지 못하던 것이 30대, 40대가 되어가면서 몸의 변화가 신체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하물며 우리 부모님은 어떠실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생각뿐만 아니라 실제로 없던 질환을 갖게 되시거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하나 둘 생기시는 부모님을 보노라면 노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부모님의 노화를 생각하다 보면 실제로 두 분의 거동이 불편해지시거나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물론, 부모님의 생각과 의중을 확인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래도 자식으로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앞선 생각과 고민들 때문인지 【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라는 책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과연 이 저자는 요양병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왜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하는 것일까 그 의도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요양병원 한의사로 10년간 요양병원에서 다양한 환자의 생로병사를 지켜보았다. 누구보다도 요양병원에 대해 잘 알고 그 안에서 지내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다양한 환자들이 묘사되고 설명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삶의 관록을 그대로 품고 사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진한 여운을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치매 초기의 시아버님을 가정 돌봄하고 있다. 물론 주된 돌봄자는 남편이지만, 저자는 임신 초기부터 시아버님 돌봄의 일원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남편이 주된 돌봄자가 된 이유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아버지를 직접 돌보기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후회를 두지 않기 위한 자식으로서의 셀프 효도의 기간이라 저자는 보고 있다. 실제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봄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혹은 곧) 요양병원에 모시게 될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은 아이를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 보내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과 시설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서로 차이가 있고 어떤 것 하나 완벽하진 않다. 그나마 사회적 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한편으로 아이가 성장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시설을 이용하면 아이는 교육기관으로 그 자리를 옮겨 간다.
반면 요양 시설은 아직 사회적 제도나 여건이 잘 갖춰지지는 않았다. 좀 더 근본적인 개선과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아이와 달리 부모님이 요양병원을 이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기약 없는 시작이 될 것이고, 어쩌면 마지막까지 그곳에서 계실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요양병원을 찾는 것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요양병원에서 지내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마음이 짠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요양병원 병실에서 제일 목소리 큰 사람은 보호자가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부모님이 돌봄이 필요하시게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돌봄을 제공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돌보는 것 못지않게 요양병원에 계시게 된다면 더 많이 더 자주 찾아뵙고 보살펴 드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이 책 덕분에 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건강히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게 자식 된 바람이지만, 맞이하게 될 현실을 바람과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부모님을 돌보게 될지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러 선택지 중에 특정 선택지에서의 모습을 그려보고 상상하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내가 더 건강하고 더 먼 미래에는 나를 위해서라도 내가 더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