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천국 -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비엔나 잊을 수 없는 시절의 여행들
유지혜 지음 / 어떤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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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250페이지의 글을 보게 된 나는 읽을 책이 눈앞에 쌓여있었지만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주문했다.


세상 모든 사랑스러운 언어가 담긴 이 표현 사전은 아마도 메모의 천재가 쓴 글이지 않을까?


자유롭고 멋대로지만 확고한 인생철학이 있어 무엇도 개의치 않는 듯한 저자는 오래전 보았던 독립영화 소공녀를 연상케 했다.


에세이는 빠르게 휙휙 읽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조금 오래 걸렸다. 나는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의식적으로 고른 숨을 쉬어야 했다. 책에 쓰인 언어들은 다를 거 없는 평범한 단어들임에도 불구하고 단어를 구성하는 문장들은 심한 감정 소모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내가 한껏 자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결국 저자의 가치관에서 관계의 정성과 애틋함을 배운다. 좋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다른 누군가에게 소개해 줄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 사랑을 사랑하기를 배운다. 나를 집요하게 탐색하기를 배운다.


나만의 해피로드를 작성했다.

고소한 커피 냄새. 여행지에서의 단벌과 츄리닝. 머리 쓰다듬기. 문구점. 한여름 푸른 것들을 한없이 볼 수 있는 것. 나를 필요로 하는 요청들. 노란 조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이나 글 얘기하기. 존중해 주는 사람의 선한 기운. 집중하는 사람들과의 협동. 산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웃겨주기.


끊임없이 나를 놓치지 않고 궁금해하며 찾아가고 돌보는 사람만이 원하는 빛을 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영원한 청춘의 순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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