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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 전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1
이상 지음, 권영민 엮음 / 민음사 / 2022년 8월
평점 :
이상은 천재다. 물론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다. 꽤 많은 소설, 시, 수필 등을 냈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의 대표작인 '오감도'를 처음 신문에 게재했을 때 독자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그의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그의 지인들 사이에서는 그가 대단한 천재라고 인정받기는 하였다.
그는 천재답게 단명하였다. 그의 작품들이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마땅한 벌이가 없었다. 배를 곯기일 수였고 여러 곳을 전전하며 돌아다녔다. 그의 건강 상태는 매우 좋지 못하였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한 생활을 하였다. 돈이 그를 따란 다닌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는 돈을 따라다니지 않았다. 그는 돈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독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칭 천재로 난해한 글들과 자전적인 소설을 쓰면서 대중을 만족시키기보다 자신의 예술과 사상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쓴 시를 한 편이라도 봤다면 그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당연히 알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상의 시를 다루고 있다. 그래도 읽으면 이해가 되는 소설에 비해 시는 정말 난해하다. 읽어도 이해할 수 없고 읽을 수 없는 것도 있다. 그가 모더니즘 작가이고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썼다는 건 알지만 이해할 수 없는 작품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럼, 이 작품들은 무의미한 작품인가? 그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 책의 가치를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이상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상의 작품은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다. 그 시를 보면서 당황스러움, 난감함, 분노, 슬픔, 안타까움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감정들이 어쩌면 이상의 작품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