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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ㅣ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눈이다. 눈은 이 책의 배경이자 주된 주제이고 분위기 그 자체이다. 책은 짧지만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랑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 그리고 여인, 그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다 보면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이 책보다 먼저 나왔고, 엄청난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 작가가 쓴 책. 노벨상 수상을 한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그것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이 책은 닮은 점이 많다. 주인공의 여행기를 담고 있으며, 사랑을 주제로 하고 책의 줄거리보다 분위기가 더 인상적인 점 등 엄청나게 유사점이 많다.
설국은 미학적으로 뛰어난 부분이 많다. 독특하고 부드러운 문체, 다채로운 수식, 서술어를 이리저리 붙이는 작가의 솜씨는 책의 줄거리보다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눈이 쌓인 마을과 일본의 게이샤, 의문스러운 여인들의 등장이 독자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이 책은 탐미주의의 걸작이자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명작이며, 미시마 유키오가 그의 성향을 이어받게 된다.
막상스 페르민이 쓴 [눈]은 설국의 분위기와 느낌을 많이 따라간다. 주인공 유코와 유코가 쓰는 하이쿠, 눈으로 가득찬 배경, 잔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 눈은 설국의 현대판 같은 느낌마저 준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막상스 페르민의 책은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였다. 어떻게 글을 쓰고 다듬으며 글을 이어나갈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글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그것은 작가들의 영원한 고민이다. 잘 쓰고 싶고 평단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어한다. 어떤 작품은 대중성이 부족하고, 어떤 작품은 예술성이 부족하고,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은 생각보다 몇 없다. 앞서 말한 설국을 쓴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다듬고 이어붙였다. 엄청난 노력인 것이다.
때로는 엄청난 작품을 쓴 작가의 재능과 노력은 독이 되기도 한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성공에 부담을 느껴 자살하고 말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둘 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장이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엄청난 재능과 노력은 평범한 이의 부러움과 천재의 슬픔일지도 모른다.
어느 아침, 머릿속에서 물병 깨지는 소리에 한 방울 시가 움트고, 영혼이 깨어나 그 소리의 아름다움을 받는다. 그 순간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움직임 없이 여행을 한다. 시인이 되는 순간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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