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문득 그녀에게 속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부터랄 것 없이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아니, 직관했다고 해야 할까. 그녀는 어떤 이유로-그게 뭔지는 짐작도한 가지만 허위 정보를 알려주어, 일요일 오후에 나를 이런 산위로 끌어낸 것이다. 무슨 일 때문에, 내게 개인적 원한이나 미움을 품게 됐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참을 수 없을 만큼 나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있지도 않은 리사이틀 초대장을 보내고, 내가 속아넘어가는것을 보면서 (라기보다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상상하면서) 어디선가 혼자 소리 없이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소리내어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